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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남부터미널역도 올라오는(2016,08.17~2016.08.22)

저는 지인들이 서넛 이상 모이는 자리에 앉으면 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마음이 붕 뜨면서 즐거움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술잔을 마구 돌리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게 됩니다. 어느 분들은 흥이 많아서 좋다고 하시지만 또 어느 다른 분들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 자리를 벗어나 제 자신을 돌아오면 “내가 또 지나쳤구나, 다음부터는 자제해야지!” 이렇게 다짐을 합니다만 그 순간뿐입니다. 그런 환경이 오면 다시 나대기 시작합니다. 어찌할까요? (2016.08.22)




만세! 드디어 2층 청국장 집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옆 낙지집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낙지 집 할머니 사장이 평소 점포 몇의 실소유주와 나이를 무기로 무분별한 배너설치 등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셔서 그분의 눈이 무서운 저는 2층 식당 모두의 출입을 포기했었습니다. 1층 편의점 자리가 빈지 일 년여가 넘었는데도 아직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할머니 사장님의 애를 태워 급기야 속병까지 도져 2층 식당도 당분간 접는다 합니다. “네에, 사장님 이제 쉬실 때가 되었어요!”

(2016.08.21)




우면산 길가에 누군가 틀니를 두고 갔습니다. 빼놓고 편하게 쉬다가 모르고 그냥 갔을 것입니다. 한참 후 알았겠지만 되돌아 올 엄두를 못 냈겠지요. 어머니께서 치매가 시작되면서 목포 집에서 매일 겪는 소동 중의 하나가 틀니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쓰시던 물건을 혼자만 아는 장소에 두시고는 거기가 어디인지 조차 잊어버리니 집안 곳곳을 뒤져야했지요. 결국 못 찾고 새 틀니를 장만하고 나면 어디선가 나오곤 하는 일이 반복 되었는데요.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셔서 그것도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2016.08.20)




봐주기 기간이 끝났는지 거실로 나오는 저에게 오늘따라 일찍 일어나있던 애엄마가 지그시 경고를 합니다. “매일 술자리네, 칠십까지 갈 거야” 틀린 말씀은 아니므로 출근을 늦추며 충분히 소명을 하기로 했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는 다들 잘해주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더 잘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올 한해는 갖기로 했어. 그래서 술자리가 많은데 주의할게. 그리고 그 감사의 첫 번째는 바로 당신이야요!” (2016.08.19)




우면산 소망탑에서 86세의 김경숙 할머니를 만나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저를 말동무 삼으신 가게 이웃 아파트 어르신입니다. 몇 달 전 이제 죽으러 요양병원으로 가야겠다고 하셔서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게 바로 기쁨이니 하하하 호호호 소리 내어 크게 웃으셔요. 가능하면 노래도 한곡 부르시고요. 그리고 매일 대성사까지 꼭 걸으세요!” 정말로 제 말씀대로 하셨는지 대성사 인근에서 몇 번 뵈었는데 드디어 며칠 전부터 우면산 정상까지 늘렸답니다. 할머니도 기쁘고 저도 기쁘고요, 잉!

(2016.08.18)




남부터미널역도 올라오는 계단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오늘 20대 아가씨가 어깨에는 큰 악기로 보이는 가방을 매고, 양손에는 여행용 트렁크 가방을 거의 끌다시피 들고,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는데 누구 하나 거들지 않습니다. 제가 다가가 같이 들자고 하자 괜찮다고 하면서도 가방의 한쪽을 순순히 내어 줍니다. 엄청 무겁습니다. 지상으로 나오자 아가씨도 저도 이미 윗옷은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오늘 하루 일을 다 마친 기분입니다.(201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