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을 돌아 올라가는 오솔길에 비둘기 한 쌍이 아침 유희를 즐깁니다. 먼저 발견한 저는 이를 행여 방해할세라 살며시 돌아갑니다.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두 눈이 마주쳐도 그냥 자기들의 놀이에 열중합니다. 낙엽을 뚫고 새 싹을 올린 어린 잣나무의 푸르름이 마치 이를 보고 빙그레 웃는듯합니다. 그 옆 생강나무는 금방 꽃망울을 터뜨리려다 갑자기 불어온 찬바람을 만나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봄은 그렇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2016.03.10)
가끔 목포에 들리시는 친척 분들의 전화가 옵니다. “어머니 병원에 들려도 될까?” 속마음은 “그럼요 들리셔도 됩니다.” 이렇게 답하고 싶지만 한 번쯤 여유를 드립니다. “아이고 바쁘신데요. 그리고 어머니 기억도 희미해서요.” 이러면 대개 그냥 올라오십니다. 어제 저의 고등학교 10년 후배는 달랐습니다. 목포에서 일을 마치고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주무시는 어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잘 깍은 과일과 식혜를 오늘 아침 어머니께서 잘 드셨답니다. 후배 덕으로 행복한 아침입니다. (2016.03.09)
출근길 터미널역 개찰구 주변에 김밥과 떡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양으로 보건데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것은 아닐 것이고 어디선가 받아 오실 것이라서 선뜻 사들기에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어떤 아짐이 이 것 저 것 고루 만원 어치를 사십니다. 봉지에 담는 할머니의 입가가 찢어지셨습니다. 마음 고우신 아짐의 일부러 사주시는 선행이 할머니의 기쁨과 어우러져 함박 웃음이 만발했습니다. (2016.03.08)
어제 장모님 생신, 큰사위인 제가 아침 일찍 광주로 전화를 드립니다. “기쁘다. ♪♪ 우리 장모님 오신 날! 사랑하는 김일수 여사님 축하합니다.” 사위의 너스레에 미소가 번지는 장모님의 얼굴이 전화너머 떠오릅니다. 저의 33살 겨울, 이번 선보러 나온 여자하고 무조건 결혼을 해야겠다며 결심하고 만난 애엄마, 이어지는 가족과의 상견례자리에 곤색 벨벳 투피스와 멋진 스카프를 두르고 딸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나오신 우리 장모님도 이제 나이드신 모습이 역력합니다. “아따 으짜든지 건강하십시요, 잉!" (2016.03.07)
3월이 되자마자 이 달 주말일정 중 비워있던 곳을 지인들과 친척들의 결혼식이 순식간에 채워버립니다. 오늘은 우리 고등학교 때 동급생 600명중 1학년1반, 2학년6반, 3학년2반 이 3개년을 같이 보낸 딱 하나의 동창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있는 날입니다. 목포 완도 간을 운행하던 삼영호 선장의 아들이었던 친구와 저는 아무래도 3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여러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하필 오늘 아침 그중 한 번 심하게 다투었던 기억이 선연히 떠오르네요. 곧 결혼식장으로 출발합니다.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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