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가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던 어제 오후 전화벨이 세차게 울립니다. 아니 요즘은 음악이 흘러나오지요. 그분의 전화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심기를 살펴야하는 저는 빛의 속도로 전화를 받습니다. “거 지난 밤 고모들 오면서 뭐 사들고 왔어?” 아 두 여동생들이 우리 집에 오면서 빈손으로 왔음을 지적하는 그분의 날카로운 음성입니다. 저는 갑자기 죄인이 됩니다. “아따 미안하시, 그냥 온 것 같았어!” 저야 오는 것만으로 반갑지만 평소 인사(?)를 중시하는 애엄마는 늘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설입니다.(2016.02.07)
어쩌다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을 때면 가급적 빈 그릇을 잘 씻어서 밖에 내놓습니다. 이번 가게에서 명절행사 기간 중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 옆 할머니 국수집에서 며칠 점심을 시켰습니다. 역시나 씻어서 가져다주었더니 어제는 오후 한가한 시간에 일 하시는 세 분의 아짐 중 대표 한 분이 만두 한 접시를 들고 오셨습니다.“저희들이 간식으로 먹는 것입니다. 드셔보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그릇 씻지 말고 그냥 가져오세요!”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더니 바로 이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2016. 02.06)
강릉에서 조문을 마치고 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 45분, 내리자마자 양복을 차려입은 한 사내가 접근합니다. “부산가는 마지막 표 한 장만 끊어주십시오. 서울에서 일보고 술을 한 잔 했는데 잠이 들어 다 털렸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싶어 매표소 쪽으로 같이 가려는데 그쪽의 문이 잠겼습니다. 사내의 말이 틀려집니다. “아 매표가 끝났더라고요. 아침 첫 차로 가려니 그냥 돈으로 주세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이것저것 더 물었습니다. 역시나 앞뒤가 어긋나 저는 그냥 택시에 올라버렸습니다.(2016.02.05)
있었던 자리에 시간이 없으니 며칠 불편했습니다. 마침 가게에 들른 아들에게 10만원을 건네며 인근 시계방에 가서 벽시계를 하나 사오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무슨 돈을 이리 많이 주느냐? 요즘 시계는 시계방이 아니라 다이소 매장에 가면 다 있다!”며 나갑니다. 잠시 후 5천원에 사왔다며 하나를 가져와 벽에다 걸었습니다. “아니? 5천원 밖에 않으면 시계 만든 사람들은 뭐 묵고 산다냐?” 아들이 대답합니다. “아빠 시계뿐만 아니야, 다이소 매장 때문에 문방구들도 다 죽어!” 다이소가 “Die,小!” 인가요? (2016.02.04)
밖에서 청소를 하면서 저하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인사를 하시며 쏜살같이 달려와 우리 가게내부 바닥 일부를 닦아주시는 청소 아짐을 지켜보면서 옛날공장에서 근무하던 총각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퇴근 후 독신료 숙소에 있는데 인근 다방으로 잠시 나와 달라는 어느 여직원의 전화가 왔습니다. 약간 취기가 있던 그녀가 “강남석씨! 왜? 강남석씨는 저를 안 좋아하세요?” 제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오늘 아침 청소 아짐도 속으로 “어이 정관장 아제, 으째 그리 무뎌?” 이러실까요? (2016.02.03)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제 저녁 서초동의 맥주집(2016.02.13~2016.02.16) (0) | 2016.02.23 |
---|---|
우리 식구 딱 넷만의 설이(2016.02.08~2016.02.12) (0) | 2016.02.13 |
체온을 올려서 몸의 컨디션(2016.01.29~2016.02.02) (0) | 2016.02.06 |
일 년에 서너 번 패스트푸드(2016.01.23~2016.01.28) (0) | 2016.02.06 |
주기적으로 홍삼차를(2016.01.20~2016.01.23) (0) | 2016.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