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문을 열기를 기다려 프랑스로 홍삼을 부치러 갔습니다. 송장이야 가게에서 작성해서 갔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데 갑자기 담당자께서 서루 두 장을 내밉니다. 테러위협에 놀란 프랑스가 취한 조치라며 상품내역서를 써달라는 것이지요. 별 생각 없이 일필휘지로 내리써서 드렸더니 보기 좋게 퇴짜를 놓으십니다. 영어로 써달라는 것입니다. 아니 주소도 아니고 상품 내용, 함량 등등을 어떻게 내 실력으로 영어로. 날까지 더운 오늘 아침 영어가 제 몸을 3도 이상 더 달궜습니다. (2015.08.06)
평소 연락 한 번 없는 막내동서의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움보다는 또 무슨 일이 있는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제 민어탕 잘 드셨어요?” 아 그제서야 머리를 스치는 생각, 어제 밤 집에 끓여 놓은 생선탕 “하얀 속살이 정말 부드럽네!”라고 느끼면서 먹었던 그 민어! 얼른 정색을 하며 대답합니다. “어찌 그렇게 맛있는 민어를 잡았는가? 자네는 이제 바다낚시의 달인이시!” 전화선 너머 우쭐해하는 동서, “네에 배 다섯 중 우리 배의 저만 민어 두 마리를 잡았습니다. 진도 앞바다에서요!” (2015.08.05)
더운 날이 계속되면서 길거리에서 부채를 든 사람을 간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합죽선이다 오죽선이다 태극선이다 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잔뜩 멋을 낸 부채들을 들고 다니지만 옛날에야 어디 그랬습니까? 통대나무 한마디 반을 4등분으로 쪼개서 그 한 등분 중 한 마디는 일일이 살을 만들고 나머지 반 마디는 다듬어 손잡이를 만든 뒤 살의 양쪽이나 한 쪽에 종이를 붙인 부채면 그만이었지요. 그마저도 어디 많았나요? 우리들은 책받침 하나로도..... (2015.08.04)
서울행 고속버스 창가의 5번 자리에 먼저 앉아 있는데 옆자리 4번 좌석에 40대 중후반의 아짐이 들어와 앉습니다. 둘사이에는 팔걸이 하나로 경계가 구분이 됩니다. 처음에는 먼저 올라왔으니 당연히 제 차지였습니다. 물론 저도 가상의 중심선을 그어서 그 반을 안 넘어가도록 조심을 합니다. 차가 한참을 달려 서로 졸음이 오는 사이 옆 아짐의 팔도 올라 옵니다. 그러다 맨살의 두 팔이 서로 부딪힙니다. 저는 놀라서 슬그머니 팔을 내립니다. 그러나 아짐의 팔은 그대로 있습니다.(2015.08.03)
오줌을 중간에서 끊고 참아내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멈췄을 때 오줌길을 역으로 타고 몸으로 들어오는 묵직한 여운이 유쾌하지는 못하지요. 아침 우면산행 중 앞뒤로 충분히 시야를 확보하고 첫 오줌이 땅에 딱 닿는 시점에 앞 삼십여 미터 전방에서 남자 한 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황급히 멈추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분이 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다시 시작 이번에는 중간 정도. 앗! 뒤쪽에서 한 무리의 아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중단! 저분들은 설거지도 않고 나오셨나 봅니다. (201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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