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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같이 앉아 식사를 하셨으면서도(2015.01.25~2015.01.28)

 

건물 화장실에 앉아 점잖게 일을 보는데 옆 칸에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슬픔을 참지 못하여 숨어서 우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울음이 아니고 이상야릇한 소리가 계속 되었습니다. 마치 야동에서 강약이 반복되는 신음소리 같다고나 할까요, 혼자 감상하려니 이거 또 묘합니다. 홍문기(anal stage) 유아들의 배설의 기쁨도 아니고, 변비에 아래가 찢어지는 고통은 아니었을까 궁금증을 뒤로 하고 먼저 나왔습니다.(2015.01.28)

 

 

 

식구들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새벽 혼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나니 밥통에 밥이 바닥입니다. 저와 식구들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합니다. 쌀을 씻으며 이 일을 몇 십 년 해 오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우리들 아침밥과 도시락 일 곱 개를 싸고 나면 정작 자신이 드실 점심 밥은 남지 않은 날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도 어디 지금처럼 밥통이라도 있었습니까? 끼니마다 불을 때서 밥을 하다 그나마 목포로 이사 와서야 연탄불 혜택이라도 보았었는데. 우리 시대 어머니들께 존경을 표하며 (2015.01.28)

 

 

잠원역 내 모니터의 그림은 늦습니다. 역과 역 사이쯤 있는 전철그림을 보고 느긋하게 내려갔다가는 놓치기 십상입니다. 오늘도 중간 정도에서 오고 있는 그림을 보고 달려 내려가서 겨우 탔습니다. 두 번에 걸친 실수가 가져다 준 학습효과입니다. 반면 남부터미널역의 그림은 정직합니다. 역 근처에 진입하고 있는 그림이라도 서두름 없이 내려가면 안전하게 탈 수 있습니다. 모니터 그림이 보여주는 열차의 속도가 두 역이 왜 다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냥 맞춰 살고 있습니다. (2015.01.28)

 

 

 

친구의 부인이기도 하신 처이모(그리고 최우영사우의 형수)께서 아짐들 4명을 끌고 가게에 오셨습니다. 저야 예쁜 소녀들이 떼로 몰려 오셨으니 금방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지만 내놓고 농담성 유머를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어디 갑니까? 잠깐 사이라도 즐겁게 해드려야지요. 아들의 고교시절 학부모 모임이라는데 10년이 넘게 주기적으로 점심을 같이 한답니다. 점심값은 과공일 것 같아 간단한 홍삼제품 하나씩를 드렸더니 그럴 수는 없다며 바로 홍삼 고객이 되십니다. (2015..01.27)

 

 

 

늘 다니던 길인데 엊그제까지는 얼음길이라 조심하고, 오늘은 빗길이라서 미끄럽고, 평소에는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질까 살펴서 갑니다. 이 길이나 저 길이나 요 길이나 우면산 한 길이 틀림없는데 조심해야 될 이유는 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사실은 똑같은 사안을 저 혼자만의 기억으로 그냥 달리 생각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말이 꼭 마음에 와 닿는 아침이었습니다. 하여 이번 주는 법륜스님의 "지금 여기에 깨어 있기"라는 책을 선택했습니다.(2015. 01.26)

 

 

 

같이 앉아 식사를 하셨으면서도 저에게 "아침밥을 먹었냐?"벌써 열 차례 이상 물어보십니다. 목포에 가끔 오는 저야 있는 동안만 겪는 일이라서 그때마다 꼬박꼬박 대답은 해드리지만 같이 사는 아버지께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일 것입니다. 애써 모른 체 하며 "그래 지금 이대로만 그저 머무르게!"라고 항상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합니다. 늘 물어보시던 손자손녀의 이야기는 이제 지워졌지만 모든 것에 감사하는 목포의 아침입니다. (2015.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