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따뜻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내복을 벗게 되어 저의 옷 한꺼번에 벗고 입고 놀기도 마치게 되었습니다. 눈이 내리던 2월 어느 날 아침 열심히 걷는데 오른쪽 바지에서 뭔가가 삐져 신발 아래까지 내려와 땅을 끌습니다. 뭐였겠습니까? 이런! 전날 바지와 함께 벗었던 내복을 그래도 둔 채로 새 속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그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제의 내복만 따로 놀다가 바지 오른쪽 아래로 쓸려 내려온 것입니다. 급히 옆으로 비켜 서서 바지 아래로 내복을 끄집어내어 매고 있던 백팩에 집어넣습니다. 물론 내복의 끝자락은 이미 젖어 물이 흐를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저 혼자만의 바보스러운 짓입니다. 서두르다 생긴 병이지요.

혼자 옷 한꺼번에 벗고 입기 놀이를 하면서 곤혹스러운 점이 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꺼번에 옷을 입을 때 윗옷의 경우입니다. 왼쪽은 차분하게 세 가지 옷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오른쪽은 다 입고 나면 뭔가 뭉쳐있습니다. 러닝셔츠 오른쪽의 팔이 들어가지 않아 반쪽소매가 그대로 혼자 놀고 있습니다. 별수 없이 전부 다시 벗고 러닝셔츠부터 차례로 입어야 하므로 시간이 배로 더 듭니다. 빨리빨리를 추구하다 불러들인 병입니다. 저의 매사가 그렇습니다. 서두를 일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뭐가 그리 바쁜지 새벽부터 숨 가쁘게 움직입니다. 빠른 생각을 따라가다 숨 마저 지쳐서 헉헉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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