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역에 이를 즈음 거칠고 험한 맨발의 사내가 아픈 다리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 치료도 못 받는다며 동냥을 구합니다. 엄동설한에 딱한 그의 형편을 동정하여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있는 돈을 꺼냅니다. 전철 속이라 보고 있는 눈들도 많은데 이런 천 원짜리인 줄 알았는데 만 원권 지폐가 나옵니다. 나름 천원을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살짝 당황한 순간 접힌 지폐 사이에서 천 원권이 보여서 그대로 빼서 드렸는데요. 이천 원입니다. 나오면서 있는 그대로 모두 드려야 했는지? 가려서 선택했으니 이는 어긋난 보시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분은 제 생각의 두 배를 가져가셨습니다. 내 것을 주고도 부끄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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