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의자에 앉으면 이발을 하는 10여 분은 꼼짝없이 정면에서 저를 쳐다보는 저를 만나야 합니다. 그 눈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우선 목의 주름이 세월을 말하고 이마의 주름은 골이 깊게 패어 곧 강이 흐를 지경입니다. 볼에도 미세한 주름들이 자리를 잡아 역시나 곧 균열이 일어날 조짐입니다. 언뜻언뜻 이발 아짐의 가위 사이로 보이는 흰머리도 세월을 비켜 가지 못해 점점 그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이발소 거울에는 현미경을 씌워 놓았을까요? 왜 저리 자세히 보이는지 이발소 가기가 두렵습니다. 나이를 읽어낸 이발소 아짐이 저를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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