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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능소화의 계절(2023.06.27)

구중궁궐 담장 밑 임금을 기다리던 소화의 넋이 양반가 굴뚝을 덮고 이제 거리로 나섰습니다. 경상도로 발걸음을 옮길까 아니면 강원도? 어디로 가더라도 임금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 조용히 남부터미널 벽에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보면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송이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온 세상을 다 덮을 기세로 활짝 피어서 임금도 아니고 양반도 못 되며 뒷머리까지 벗겨진 저에게 미소를 보냅니다. 한강 흑석지역으로 보낸 사신(使臣) 능소화도 호흡을 함께하여 그 아래 길을 걷는 저에게 먼저 아는 체를 했는데요. 이제부터 가을이 오기까지는 능소화의 계절입니다. 소화소녀 저를 취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