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 수묵 빛깔로 퇴색해버린 장지 도배에 스며드는 묵흔(墨痕)처럼 어렴풋이 한두 개씩 살이 나타나는 완자창 위로 어쩌면 그렇게도 소담스런, 희멀건 꽃송이들이 소복한 부인네처럼 그렇게도 고요하게 필 수가 있습니까?
근원 김용준의 수필 “매화”의 첫 구절입니다. 화선지의 여백에 먹을 가득 묻힌 붓으로 그림을 그려가듯 마음이 흘러가는 그 지점을 잡아 글로 표현했습니다. 마치 이 분의 수필집을 소개한 제주의 윤영 친구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에 실려 가는 생각들을 끌어내려 자신의 글에 머물게 하듯. 두 분의 훌륭한 문재( 文才) 모두 훔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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