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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한가한 정오 무렵 롯데리아(2020.01.14~2020. 01.20)

요즘 들어 부쩍 몸의 각종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뇌를 중심으로 한 학습이나 기억능력 역시 예전과 같지 못합니다. 책을 읽고 단 한 줄의 글도 기억해 내지 못하고 단 한 줄의 글을 외우는데도 한나절 이상이 걸립니다. 그마저 하루가 지나면 그중 몇 단어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접점의 사람이나 사물이름이 입안에서만 뱅뱅 돌고 그 주변의 이름들만 떠올라 대화의 순발력이 떨어집니다. 인정하고 넘어가려해도 점점 삼해질까 두렵습니다. (2020.01.20)




이발의자에 앉게 되면 머리를 자르는 내내 꼼짝없이 앞 거울에 비치는 제 얼굴을 봐야합니다. 과거에는 제법 볼만하다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왠지 앵생(옹색)해 보입니다. 나이든 남자 노인들을 영감(令監)이라는데 이제는 제가 그 짝이 되는 거 같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즈음 일을 마친 석양 무렵이면 피곤하다는 느낌도 들고, 눈이 감기고, 하품도 나오면서 전철 속의 빈자리를 탐하기도 합니다. 몸은 영감이 되더라도 마음은 영감(靈感)에 가득 찬 삶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노력해야지요 잉! (2020.02.19)



3년 전 부산에서 출발하여 야심차게 우리 건물에 자리 잡은 낙곱집이 문을 닫고 재공사가 한창입니다. 처음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는데 점점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경기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저랑 같이 가신 분들의 두 번은 가지 않겠다는 평가가 많았으니 그 이유를 알만합니다. 같은 분이 다른 음식을 들고 다시 시작한다는데 이 점에 대한 숙고가 있었겠지요. 이번에는 맛있는 음식으로 줄기차게 대성황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2020.02.18)



이 치료로 인한 강제금주가 보름 만에 끝난 어제 폭탄주 첫 잔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목구멍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그 시원함이 절정에 이르러 몸 전체가 부르르 떨며 체온 1도를 급상승 시켰습니다. 바로 이 맛 이 기분입니다. 그러나 점차 두 잔 석 잔이 들어가면서 감흥이 급격하게 떨어져 그냥 반복적 동작으로 목에 부어 넣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비주류석에 앉으라는 하늘의 지엄하신 분부인지 모릅니다. 다시 한 번 올해 구호를 상기하면서.... (2020.01.16)



한가한 정오 무렵 롯데리아 매장 안에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띵동띵동 소리가 날 때마다 행여 제 번호 382번이 뜨나 스크린 쪽으로 눈을 두리번거립니다. 이 나이에 제가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주문 순서대로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앞으로 뒤로 마구 왔다 갔다 합니다. 조리방법 또는 포장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기다리는데 약간의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포장이니 늦으려니 하면서 서있지만 이거 영 쑥스럽습니다. (202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