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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해체한 빈 상자를 버리러(2019.12.13~2019.12.16)

저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 어른 한 분이 오셨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손하고 겸손이 몸에 배인 분입니다. 저도 바짝 엎드려 예의를 갖춰 모셨습니다. 상품을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글쎄 이분의 나이가 저 보다 한 살이 어립니다. 으악! 그러면 저도 다른 분들 눈에는 저분처럼 늙은 모습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순간 깨닫습니다. 그렇게 보인다면 걸맞게 행동해야지 경망스러움을 피해 진중하게 저분처럼.(2019.12.16)




일곱 시를 갓 넘긴 시간 가게에 앉아 하루를 시작하면서 과연 이게 바람직한 일인가 생각합니다. 일요일이니 집에서 잠도 더 자고 아침 식사도 하면서 더 머무르다 와도 좋으련만 평일과 다름없이 일과를 수행합니다. 자영업을 시작하여 15년여, 공부, 운동, 사교, 식사 등 생활의 중심이 가게로 이동하다보니 빚은 습관입니다. 새해부터는 집에서 있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는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결국 집하고 가족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2019.12.15)




전복을 넣어 끓인 미역국을 데웠습니다. 감자가 함께 들어간 갈치조림에도 열을 가했습니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는 기본이고 거기다 파김치까지 얹었습니다. 공정개선을 끝낸 깔끔한 달걀 후라이와 신선한 풋고추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윽고 밥을 풀 차례, 설레며 보온중이라는 전자밥통을 연 순간, 앗 빈 밥통! 기절할 정도의 허탈, 그러나 어쩌랴 찬과 국만의 밥 없는 저녁식사를 생애 첫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2019.12.14)




며칠 전 가게 앞에서 꼬마아이가 놀고 있기에 그 모습이 귀여워 손에 사탕 몇 개를 쥐어주었습니다. 어제 늦은 오후 예쁘장한 젊은 아짐이 집에서 막 구운 달걀 4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 아이 엄마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가져왔다 합니다. 사탕 몇 개가 구운 달걀 몇 개로 복이 되고 덕이 되고 사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이도 예쁘고 아짐도 예쁘고 그 마음도 예쁘고 달걀도 예쁩니다. 이 세상이 모두 예쁘니 저도 예쁩니다.(2019.12.13)



해체한 빈 상자를 버리러 가는데 마침 카트에 빈 박스를 싣고 가던 옆 베트남 국수집에서 일하는 청년이 자신이 함께 버리겠다며 놓고 가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을 베푸는 아이가 있다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한참 후 일부러 매장으로 찾아가 같이 있던 여러 직원들에게 총각의 선행을 알리고 작은 홍삼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이런 작지만 소중한 친절이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듭니다. 역시나 우리 아이들 세대도 여전히 밝습니다.(201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