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난데없는 보이스톡이 울립니다. 후배로부터 온 것인데 받아도 아무 기척이 없어 아마 잘못 작동했으려니 생각하고 카톡으로 잘못 보냈는가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그런데 다시 출근하느냐는 답이 돌아와 전화를 직접 걸어 어떤 일이냐고 반말로 물었습니다. 수화기 저쪽에서 “제가 누군지 알고 계셔요?” 아아아 새벽부터 내장된 이름의 마직막자가 희가 아닌 화, 화를 희로 읽어 나이든 고객 분을 후배로 착각한 해프닝입니다. 그래도 가게에 오시겠다니 바로 기쁨으로(2019.11.18)
토요일 밤 12시를 갓 넘겨 일요일로 접어드려는 찰라 모녀가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둘 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고 뭔가 열심히 얘기하는 모습에 제가 흐뭇합니다. 저 시간 퇴근이면 딸아이는 정상적이고 애엄마는 다른 날보다 두 시간여 빨리 들어온 것입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점빵 단계에서 벗어나 사업 단계로 접어들었으니 배전의 노력을 하는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2019.11.18)
전라남도 나주 산포에 사시는 집안의 아재께서 손수 가꾸신 대봉 감 한 상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이 감들의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배만큼이나 커서 상자 하나에 몇 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본시 나주가 배의 고장이라서 감들도 덩달아 커져 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큰 감을 먹어도 되는지 망설여집니다. 그래도 감은 감일 뿐 하나를 깎아 입에 넣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아직 떫은 기가 조금 남아있긴 했지만 맛도 최고입니다. 순화아재 감사합니다.(2019.11.16)
세상의 만물들이 마구 진화하고 발전해나가면서 사과만한 대추가 나오고 참외만한 감이 나옵니다.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니 이거 진짜 대추인지 감인지 모르겠습니다.커서 사람들에게 이로울지는 모르겠으나 저 큰 대추나 감을 허공에 달고 지냈을 자지들의 고통은 나주의 아재께서 부쳐주신 박스에 담긴 감들이 어찌나 크던지 대봉감 몇 객로 한 박스가 가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감을 먹어도 되는지 은근 걱정이 욉니다. 지나치게 큰 고기들도 그냥 바자로 (2019.11.15)
49일만 유지하기로 했지만 상방의 어머니 영정을 아침에 제일 먼저 대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엄니 잘 주무셨소?”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강진이나 영암에서는 어머니를 그냥 엄니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목포로 이사를 오니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자 저의 여동생들은 모두 엄니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저는 엄니에서 바꿔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더 어린 것 같고 정이 덜 들어가는 것도 같고 아무튼 내내 엄니라고 불렀습니다. 돌아가신 지금도 그냥 엄니입니다.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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