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없는 이름의 아짐으로부터 며칠 연속 안부 카톡이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분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와 가게에 들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후도 카톡 안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제의를 하기에 저는 늘 가게에 있으니 그냥 오시라고 했습니다. 저녁 무렵 방문한 아짐에게 제가 늑대일 수도 있는데 어찌 식사제의를 했냐고 물으니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그랬다합니다. 슬픈 가정사로 이제 사회에 갓 출발한 사연의 아짐 이야기입니다.(2019.11.21)
바야흐로 김장철인가 봅니다. 일년내내 가게에 갇혀 지내는 저의 처지를 안타까이 여기는 전국의 아짐들로부터 여러 김치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온 상자를 해체하는 순간 신문지에 돌돌 말아진 물건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뭘까 궁금해가며 풀어본 순간 생 배추 한 포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생 배추를 김치로 받아온 분 있습니까? 나름 재미있고 행여 다른 이유가 있을까 장난스럽게 배추꽃 꽃말을 찾아보았습니다. 네에 쾌활! 바로 저입니다. (2019.11.21)
복잡한 아침 전철 속 한 사내가 장갑 하나를 들고 판매에 나섭니다. “여기 장갑 하나 들고 왔습니다. 털실로 짜져 따뜻하고 좋습니다.” 다음 말이 무얼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딱 그뿐입니다. 그리고 장갑 몇 개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왔다 갔다만 합니다. 당연히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가격이라도 이야기를 해줘야 뭔가 느낌을 줄 텐데 저리 하면 오늘 한 켤레 팔기도 힘들 것입니다. 살기 어려운 세상 그렇다고 제가 대신 나설 수도 없고요! (2019.11.20)
한강 길을 걷다가 서리풀 공원 즈음에 이르면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지역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입간판이 양쪽에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너구리를 만난 곳이기도 한데요. 급기야 어제는 거북이를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거 껍데기뿐인 거북이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저를 보고 놀란 나머지 옷을 벗어놓고 몸만 피했을까요? 토끼와 경주 후 지자 열불이나 지금 옷을 벗고 달리기 연습중일까요? (2019.11.19)
일요일 오후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는 아무도 없는 한강 길을 혼자 걸으면서 문득 이장희의 그건 너를 생각해냅니다. 그리고 가사를 상황에 맞게 바꿔 부르며 역시 혼자 즐겁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 한강 거리를 우산을 받고서 혼자 걸었네. 우연히 마주친 우산 속 커플이 서로 안고 뽀뽀하다 화들짝 놀라네.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 아니야 아니야 바로 나 나 때문이야. 우산을 안 받쳤으면 너 때문인데 우산을 썼으므로 나 때문입니다. ㅋㅋㅋ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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