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중에 우리 고장의 말을 쓰지 않더라도 억양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슬쩍 고향을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가 친밀감을 돋우는데 어제는 젊은 총각이 먼저 저에게 묻습니다. 목포라고 했더니 바로 자신도 목포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출신 고등학교를 묻는 게 다음 순서입니다. 아 역시나 29년 후배 즉시 친밀감이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 사이를 채워 줍니다. 우리 사회에서 혈연, 지연, 학연은 경계를 허물어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좋은 매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만의 울타리는 곤란하지만
(2019.11.05)
아침부터 기분이 들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스크린에서지만 홀인원을 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면서부터 뭔가 저와 우리 집에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았는데 하나 둘 어머니께서 현실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아무튼 둔한 운동신경 덕에 항상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같이 배운 동료 중에 홀인원은 제일 먼저 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오늘 다시 홀인원을 맛보았으니 이건 만방에 자랑할 만한 제 개인사입니다. 양정 축하한다, 그렇게 쭈욱 나아가는 거야, 잉! (2019.11.04)
토요일 모처럼 여섯시 무렵 집에 들어선 집에 문이 열려 있고 찬송가 소리가 만연합니다. 먼저 어머니 상방에 인사드리려는데 영정이 뒤로 돌아있습니다. 마치 찬송가를 피하여 어머니께서 면벽 수행하는 형상입니다. 깜짝 놀라 바로 세우는 순간 우리 집 일을 도우시는 아짐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당황해하시며 “마치 일하시는 것을 쳐다보는 것 같아서 잠시 그리 두었다.” 합니다. 저 역시 일찍 온 게 미안하여 “찬송가는 얼마든지 좋으나 어머니 영정은 아무도 없는 동안만 마음대로 하세요.” (2019.11.03)
안경을 쓴 귀여운 얼굴의 아짐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갱년기에 좋은 제품을 묻습니다. 당연 아직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누구 선물할거냐 되묻자 자신의 나이가 충분히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자신을 위해 돈을 좀 써야할 것 같은데 벌지 못하니 망설여진다 합니다. 네에 평범한 가정의 보통 주부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자식들과 남편을 위해 헌신을 다하고 항상 자신은 뒷전인 우리 아짐들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오늘 저녁 남편의 옆구리를 한번 찔러보라고 하였습니다. (2019.10.31)
어머니 치매가 진행된 15년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목포 거리에서 헤매시는 어머니를 알아보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태워 보내주신 분들, 심야에 영암 친정마을에 나타나신 어머니를 발견하고 안전하게 외가로 모신 마을 분, 멀리 서울 저에게 전화해서 어머니를 모셔가라고 알려준 파출소분들, 특정할 수 없어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5~7년 전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집에 계실 때 잘 돌봐주신 간병인 분께는 직접 전화로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런 분들로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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