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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아버지의 뜻이어었는지(2019.10.27~


시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야말로 시월의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 중의 하나이고 수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어느 한 시점에 불과한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이용이 슬픈 날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모두를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서로 돌려가며 듣습니다. 저도 몇 군데서 받았습니다만 저는 가사를 바꿔서 듣습니다. “지금도 설레이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뭔지도 모르는 사랑에 들뜨던 날을”........ 그리하여 시월의 마지막 날은 늘 사랑이여라! (2019.10.31)



운동을 마치고 센터문을 열고 막 나온 거리의 제 앞에 낯익은 분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약간 구부정한 허리에 배낭을 맨 바로 청소 아짐입니다. 앞지르기 싫어 천천히 뒤를 따른느데 이분 거리에서도 역시나 해찰이 심합니다. 이곳저곳을 다 들여다보고 가끔은 뒤를 돌아다 보기도 합니다. 그 뒤를 본 순간 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어디 가시냐고 묻자 다행히 서초동 다른 건물에 일자리가 나와 출근 중이라고 합니다. 네에! 거기서는 오래오래 계실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습니다.

(2019.10,29)




생전의 어머니께서는 서울 우리 집에 오시면 불편할 며느리를 생각해서였는지 하루나 이틀이상을 절대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저 역시 속마음과는 달리 적극 말리지 않았습니다. 항상 미안하고 아쉽고 그랬었는데요, 이제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께서는 서울 우리 집에 오래 머무르십니다. 거실에 마련한 어머니 상방에 오늘 아침도 엄니와 눈을 맞추고 “나 잘 다녀올라요!” 인사를 합니다. 엄니도 “잘 다녀와라, 길가의 차도 조심하고 아짐들도 조심해라 잉!” 왠지 마구 즐겁습니다. (2019.10.29)




전철역 의자에 소녀티를 갓 벗은 아가씨가 입가와 볼에 벌건 피를 흘리고 앉아 있는데 표정이 너무나 태연해서 이상하다 싶어 가까기 다가가서 보니 루주 등으로 일부러 그린 얼굴입니다. 오늘 아침 전철에는 일군의 처녀 총각들이 얼굴에 모두 피를 흘리며 서로 웃고 앉아 있습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것인지 나름의 유행하는 어떤 멋인지 모르겠으나 막 보는 순간은 괴기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2019.10.28)





아버지의 뜻이었는지 아니면 어머니 생전의 의지였는지 모르겠으나 어머니는 돌아가시면서까지 철저히 아버지를 따랐습니다. 목포 돌아가신 병원과 병실이 같았으며 사후 서울로 타고오신 앰뷸런스와 기사도 같았으며 장례식장 역시 성모병원 12호실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마치 예약이라도 된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같았습니다. 그뿐입니까? 마지막 운구 리무진과 버스 역시 동일 차량에 같은 기사였습니다. 물론 현충원의 자리 역시 어머니는 아버지 바로 뒤입니다. 저는 한 일이 없습니다. (201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