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조문을 마치고 나가던 짓궂은 후배가 일하시는 아짐의 전화번호를 알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짐작이 가는 아짐이 있어서 다음 날 아침 일 시작 전 제가 어제 전화번호 요청을 받은 분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다니는 아짐들 셋이 일제히 한분을 가리킵니다. 역시나 제가 생각했던 얼굴도 예쁘고 상냥하게 미소 짓던 아짐이었습니다. 명색이 상주가 진짜로 전화번호를 물어볼 수 없어서 모두들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즐거운 우리는 슬픈 조문자리에서도 작업은 쉬지 않습니다. (2019.10,26)
스크린의 세상을 현실 세계로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면 재미있는 일들만 연속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크린 골프에서의 실력을 실제 라운딩에서 그대로 살려 낼 수 있으면 저도 어제 만큼은 골프 선수입니다. 평소 일 년에 한두 번 연례행사에 그치는 버디를 한 게임에서 다섯 개나 하는 이변을 연출했으니 이건 제 개인사에 남을 일입니다. 기계와 호흡을 잘 맞춰 기계가 보여주는 수치에 충실해서 가능합니다. 실제 필드에서는 자연과의 호흡이라 이리저리 눈 돌리느라 정신없습니다. (2019.10,26)
25년 무사고 무벌점에 빛나는 저에게 과태료부과 사전통지서란 게 날아왔습니다. 이런 모범운전자에게 과태료라니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습니다. 저의 무사고 무벌점은 아직 단 한 번도 교통위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룬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찬찬히 읽어보니 우리 집의 차가 주정차를 위반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저는 우리 집의 차를 운전해본 적도 없고 운전대 옆자리에 앉기도 일 년에 한두 번에 그치는데 과태료를 제 이름으로 내야한다니 다소 억울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을 위해서? (2019.10.25)
어머니와 저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을까요? 지난 18일 새벽에 나오면서 검정양복을 함께 들고 나왔습니다. 드라이를 맡길 양으로. 가볍게 운동을 마치자 이번에는 이발을 하고 싶었습니다. 역시나 단정하게 깎았습니다. 그리고 일과를 시작한 9시 무렵 병원으로부터 어머니의 각종 수치가 떨어진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주쯤 가는데 다시 어렵다는 전화가 와서 어머니께 조그만 더 기다려 달라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완료된 밤 9시 저와 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머니께서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2019.10.23)
할머니 상(喪)때 아버지께서는 울지 않으시다가 봉분 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펑펑 우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울음도 대를 잇는가요? 어머니 장례식 내내 저 역시 눈물 한 방울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 표정과 평상심을 유지했는데요. 현충원 아버지 곁에 어머니를 모시고 모두들 나간 사이 혼자 마지막으로 절을 드리려 엎드리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 깊은 곳에서 큰 울음이 올라오고야 말았습니다. 어릴 때를 빼고는 처음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슬픔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어디 가는 게 아닌가봅니다.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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