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인근에 사는 이쁜 아짐고객 두 분께서 술자리에 끼어도 좋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고객의 요청인데 거절할 수 있습니까? 후라이드치킨 한 접시와 먹튀를 안주로 시작한 맥주가 열병을 넘어 섰습니다. 처음에는 예쁜 숙녀들 앞이라 떨려서 말도 잘 안 나오던 제가 술이 들어가니 말문이 터졌습니다. 급기야 열네 병을 넘어서자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모르니 두 아짐이 재미있었기만 바랄 뿐입니다. (2018.07.21)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입니다. 시인은 자주감자를 노래했지만 저는 아직 자주감자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10여년 단골 아재 고객께서 자기 밭에서 기른 거라며 붉은 감자 몇 개를 들고 오셨습니다. 그분도 그냥 고구마처럼 보이지만 맛이 더 좋은 감자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바로 이게 자주감자였습니다. 토종으로 지금은 많이 귀하다합니다. (2018.07.21)
“자네 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 일본의 영문학자 출신 도야마 사게히꼬가 92세 때 쓴 책의 이름입니다. 나이 들어 어떤 삶의 자세를 갖는 게 바람직한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담담하게 서술했는데요. 책을 들면 놓지 못하고 바로 끝까지 읽어 내려갈 정도로 앞으로의 제 삶에 본보기로 삼을 내용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보다 어쩌면 저리 책의 이름을 멋지게 지어내셨을까요? “자네 늙어 봤나 나는 젊어봤네.” 아직 제가 할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만. (2018.07.20)
한강 여의도지구에서 잠원지구까지 걸어오면서 한강에 보이는 물고기들은 작은 게 어른 팔뚝 크기입니다. 아니 그보다 작은 것은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해 뜰 무렵이면 이들 중 운동 좀 한다는 물고기들이 높이뛰기 연습을 합니다. 대부분 몸의 반 정도가 물 밖으로 뛰어 오르는데 프로들은 몸 전체를 곡선으로 꺾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때로는 1m 이상 솟구쳐 세상을 둘러보고 가기도 합니다. 워낙 순식간이라 이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잡을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2018.07.20)
오늘 아침 제가 받은 행운을 나눠드립니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며칠 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 한강 길을 걷는데요. 제 앞으로 뭔가 휙 지나가 길을 건너 풀숲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저에게 보여주는데 너구리였습니다. 한강에 너구리가 있었네 감탄을 하며 다음 날 또 만나기를 기약했는데 좀체 보이질 않아 지난번 잘못 보았나 싶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오늘은 너구리가 몸 전체를 보여주며 아는 체를 합니다. 에헤라디야! 역시 이 세상은 저를 즐겁게 하기위해 있습니다.(2018.07.19)
더위와 함께 역시나 매미가 찾아 왔습니다. 밤새 울다 지쳤는지 한강 길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냥 주우면 잡힙니다. 사실 어린 시절 매미는 제일 잡기 어려웠습니다. 호박꽃 속에 들어간 벌이나, 간짓대에 앉은 잠자리, 무꽃에 앉은 나비 등은 어쩌다 운 좋게 잡을 수 있었으나 항상 제 키보다 높은 나무 등에 앉은 매미는 바라보는 것으로 족했지요. 그럼에도 강진 작천국민학교 운동장 팽나무 아래 떨어진 매미를 잡고 온 동네 자랑 다녔던 다섯 살 강남석!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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