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로 이어지는 세 모녀가 들어왔습니다. 안고 온 생후 9개월짜리 아이의 방긋 웃음에 우리 가게가 금방 천국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삼대 이리 셋이 판박이 얼굴일까요. 우선은 모두가 웃는 모습이라는 거. 그리고 편안함이 묻어난다는 거, 공손함과 순박함이 그대로 보이는 거, 작은 친절에도 대단히 감사하는 거. 보고 배운다는 게 딱 맞는 말입니다. 전남 해남화원에서 서울로 시집왔다는 키 작은 아짐을 배운 키 큰 엄마가 품에 안은 딸아이에게 전할 아름다운 세상이야기가 기대됩니다.(2018.05.22)
아는 선후배를 일부러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정을 교환하는 그런 시간. 저 역시 박우배군이 있는 39회 자리에서 흑산 홍어와 산낙지를, 관철이, 재희, 그리고 창국이가 있는 36회 자리에서는 흑염소에 뱅치회까지. 33회 오정현이는 살갑게 제 옆을 지키고, 31회 태선이도 부러 들리고, 지나가던 29회 광선이도 악수를, 30회 영진이 욱필이도 행여 빠질세라. 짐을 내려놓으신 22회 대원이 형님, 그리고 저를 알아봐준 32회 박동규 아우. 나는 비로소 어제 목포고등학교 동문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2018.05.20)
어머니를 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거의 1년여 만일 것입니다. 좋아하면서도 금방 춥다고 하셔서 오래 있는지는 못했습니다만 휠체어 이거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어머니를 들어서 휠체어에 앉히는 일도 어머니 몸이 워낙 뻣뻣하여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밀고 나가는 데도 경사진 곳에서는 마구 내려가려는 바퀴 때문에 하마터면 놓칠 뻔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간호사 한분이 잠깐 지도를 해줍니다. “휠체어 그냥 함부로 미는 게 아니고 뒤로 가는 방법이 있다”면서. 짜잔한 아들의 짜잔한 휠체어 운전! (2018.05.20)
고속버스터미널역 9호선 승강장 자판기에 1400원을 넣고 70번을 누르면 롯데샌드가 튀어 나옵니다. 제 1경계인 종이 곽을 벗겨내면 제2경계인 비닐봉지 두 개를 만납니다. 이 제2경계마저 벗겨내야 비로소 샌드 12개가 고개를 내밉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제3경계는 사람들의 눈입니다. 이 나이에 남 앞에서 과자를 먹는 게 조금은 쑥스러워 이 제 3경계를 잘 피해야 합니다. 그래도 잘도 들어가 12개 가지고는 샛강역까지 절대 가지 못합니다. 노들역을 못 넘어갑니다. (201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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