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이틀 남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집에서 바짝 엎드려 시댁인 목포에 내려가야 하는 애엄마의 속마음을 헤아려 행여 그분의 심기를 건들까 노심초사 했는데요. 아버지께서 동작동 현충원에 자리 잡으신 후로 그런 애로 하나는 가셨습니다. 그런다고 어찌 마음이 다 편안하겠습니까? 병원에서 해가 바뀌는지, 설날인지, 그로부터 이틀 후면 자신의 생일인지도 모르시는 어머니가 걸리고 강진 선영의 조상님들도 서울의 후손들을 보고 싶어 기다리실 텐데요. (2018.02.14)
관리실에서 올라온 분이 비상벨은 해제했으나 안방의 도깨비불은 자기 일이 아니고 방재실 소관이라고 합니다. 작은 아파트에서 방재실은 뭐고 관리실은 뭐고 경비실은 또 뭣입니까? 방재실에 다시 전화를 걸어 올라온 분이 스위치에 문제가 있어 교체해야 한다며 이거는 비싼 거라 외부 업체에 의뢰해야 한답니다. 6만원이 든다면서. 어이없어 하니 자기가 가진 수동식은 만원이면 된다고 슬쩍 던집니다. 속이 보였으나 그리하라 했더니 몇 분 안 걸려 도깨비불을 퇴치합니다. 제가 바보로 보였을까요?
(2018.02.12)
혼자만 있었던 어제 밤 열시 무렵 안방의 도깨비불이 슬그머니 켜졌습니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 째 입니다. 평창에서 놀던 도깨비가 저를 만나러 왔을까요? 애엄마가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고 집안의 모든 스위치를 다 “켰다 껐다”를 반복했으나 요지부동입니다. 그 사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관리실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비상벨을 눌렀다며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보닛을 열고 해제하라는데 보닛이 뭐냐고 되묻자 올라가서 자기들이 직접 하겠다고 합니다. 도깨비불은 여전히 저를 놀리고요. (2018.02.12)
제가 이 세상에서 마주치는 일 중 가장 곤혹스러운 게 잘 사용하던 기기들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는 경우입니다. 또 이런 일은 꼭 도움을 받기 어려운 휴일에 집중 됩니다.이틀간 포스기기가 부분별로 파업을 하여 저를 아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포스의 마우스가 불은 들어오는데 커서(cursor)가 움직이지 않더니 어제는 자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설명을 듣고 새 부품을 사왔으나 이걸 교체할 실력이 못 됩니다. 노출되어 있는 곳, 없는 곳, 여러 선 등등 어느 곳이 제 자리인지 영 난망입니다. (2018.02.11)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탁발을 하는 스님이 계십니다. 행여 문수보살의 현신일지 몰라 저도 일정액의 시주를 꼭 했는데요. 어제부로 그 스님을 땡초로 명했습니다. 본시 불량기가 보였으나 저를 시험하나 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건넸는데요. 어제는 더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딱 그 수준이라 했더니 그러면 자기에게 홍삼이라도 하나 선물로 달라고 합니다. 확실히 문수보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가라고 했습니다. 저 땡초 그래도 몇 개월 지나면 또 올 것입니다.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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