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위의 일부가 자리를 바꾼 것으로 보아 뭔가 변화가 있었나본데 평소 자리에 돋보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항상 놓아두는 서랍에 옛날 것만 보입니다. 서가, 주방, 화장실, 거실, 심지어 아들 방까지 뒤져도 보이지 않습니다. 밤을 새고 나도 보이지 않자 한 소리 얻어들을 각오를 하고 자는 애엄마를 깨워 물었습니다. 웬일입니까? 그 서랍에 다 있다고 부드럽게 말씀하십니다. 어제 밤에는 보이지 않던 돋보기가 헌거 뒤에 앉아 있었습니다.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실상이 곧 허상이고 허상 또한 실상이라!(2018.01.29)
전철 개찰구를 빠져 나오는데 현금 인출기 앞에서 어떤 아짐이 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서투른 우리말로 현금30만원만 뽑아달랍니다. 계좌의 돈을 인출하는 것인지 지 아니면 빌리는 것인지 어렵게 묻고는 이내 카드를 꽂았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이거 어느 범죄에 이용당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스쳐갔으나 선의로 행하기로 했습니다. 비밀번호는 아짐 손으로 누르게 하고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잔고가 500만원이 넘는 계좌였습니다. 러시아에서 왔다며 오늘 쓸 돈이라고 합니다.(2018.01.29)
일찍 들어감을 마침 자랑이나 하듯 보낸 저의 톡에 애엄마가 화답하여 둘만의 저녁 외식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실로 몇 년 만의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바짝 엎드리기로 마음먹은 저는 아침 애들 어릴 때 사진 이야기를 꺼내며 과거에 인정머리 없었음을 사과했습니다. 이에 애엄마가 애 낳고 섭섭했던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쏟아놓아서 그도 미안하다며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어차피 삶의 여정이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상생의 과정인 것을. 어제는 아침에 이어 저녁까지 철이 든 날이었습니다. (2018. 01.29)
방바닥에 떨어진 사진 한 장에 눈이 가서 한참을 머무릅니다. 아이들 어릴 때 사진입니다. 살면서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 중의 하나이지요. 오늘은 애들뿐만 아니라 옆의 애엄마도 눈에 들어옵니다. 저렇게 어린 사람이었을까요? 그런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무슨 벼슬이나 한 것처럼 아침에 밥 주라고 깨우고 와이셔츠 좀 일찍 다려놓으라고 큰소리를 쳤을까요?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자는 애엄마 곁으로 가 이불을 고쳐 덮어주고 나왔습니다. 이제 저도 철이 들어갑니다. (201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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