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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날이 추우니 이른 아침 행인들이(2018. 01.24~2018.01.27)

요즘 2차를 가는 일이 드물어서 지난 금요일 저녁 거의 반년 만에 길 건너 단골 맥주집에 들렸습니다. 이쁜 주인 아짐은 안 보이고 홀에 일하시는 아짐도 바뀌어서 모르는 분이고 주방에 일하시는 아짐만 반갑게 맞이해주시더니 오랜만에 온 제가 잔뜩 반가웠던지 우리 자리 쪽으로 가만히 오시더니 만들어온 안주꺼리 음식을 살짝 제 입에 넣어주시고 갑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그때 싫지는 않아 생각 없이 받아먹었는데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갚지요? (2018.01.27)





차분하게 점심을 더 먹고 오라며 기다려주신 아짐고객, 결재를 하다 보니 저보다 몇 살 위이시고 진주 강씨입니다. 그냥 말 수 없습니다. “어머나 바깥양반은 행복하시겠어요, 진주 강씨 여자들이 남편하고 시댁에 잘 하고 애들도 훌륭하게 키워내지요!” 아짐고객도 덩달아 “어머나 우리 일가네요? 저는 다른 사람들한테 신랑감으로 진주 강씨 남자들을 추천해요, 정 많고 따뜻하지요!” 정말로 저도 그런가요? 아무튼 어제 낮은 즐거운 진주강씨 자화자찬 종친회가 열렸습니다.(2018.01.26)



광주의 장모님께서 김치와 여러 반찬들을 가득 넣은 커다란 박스 하나를 보내오셨습니다. 30여년을 한결 같으십니다. 솜씨가 좋으시고 저의 입맛을 잘 아시는지라 사위인 저는 늘 흐뭇한 미소와 함께 합니다만 딸들인 애엄마와 처제들은 좀 다릅니다. 늙어서 힘들 텐데 그러다 아프시기라도 하면 어떠냐고 자꾸 말립니다. 제가 한마디 합니다.자식들을 생각하며 담그시는 즐거움, 보내시는 즐거움, 맛있게 먹는 거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왜 앗아가려 하느냐고요!  (2018..01.25)



날이 추우니 이른 아침 행인들이 모두 옷에 달린 모자나 아니면 따로 모자를 쓰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모자 위에 또 하나의 모자를 덮어 쓴 분이 제 앞에서 가고 있습니다. 원래의 모자위에 비닐봉지 하나를 크게 덮어 쓰셨습니다. 어느 빵집의 로고와 이름이 새겨진 봉다리 모자가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어른거립니다.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께서는 갓 위에 남바우를 쓰시고 다니셨다는데 거기에서 힌트를 얻었을까요? 아무튼 서울 거리에 새로운 패션의 탄생입니다.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