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 궂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낸 용기가 가상해서 그에 심취해 그들의 모습을 담다가 까치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깨닫지 못하고 걸음의 끝에 이르러 이제 방향을 틀어 터미널로 향하면서 오늘이 칠월칠석임을 알았습니다. 은하수도 없고 별들도 거의 없으니 오작교인들 무슨 소용이 있어 까치들이 날아 갔겠습니까만 그저 일주일 뒤가 제 생일이라서 불현듯 견우직녀 생각이 났겠지요. 그래도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음은 뉘의 조화일까요?(2017.08,28)
아침이면 한강에 의례히 보이던 까치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보이는 까마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이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 만남의 다리를 위해 모두 은하수로 날아갔나 봅니다. 어린 시절 이날을 즈음하여 밤이면 은하수와 함께 펼쳐지는 별자리를 보곤 했는데요. 요즘은 밤하늘에 은하수는 물론이거니와 별 마저 몇 보이지 않으니 견우직녀의 설화도 이제 우주 저편 다른 세상으로 건너갔나 봅니다. 아무튼 그래도 오늘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 생각하렵니다.
(2017.08.28)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는데요. 왼손이 왼쪽에 있는 창에 얹혀 있는 것을 모르고 오른손으로 오른쪽 창을 왼쪽으로 닫다가 순간적으로 왼손 엄지손가락이 오른쪽 창틀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큰 부상은 아니어서 일회용 밴드로 수습은 했으나 아직 쓰라립니다. 그래서 잠시 저 말씀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 다만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이 알든지 말든지 그건 알아서 하라!” (2017.08.27)
그릇 속에 잠기듯 가장자리 한참 아래 머물러 흐름이 보이지 않던 한강이 며칠 계속된 폭우에 드디어 그릇의 끝에 이르러 이제 넘칠 듯 말 듯 땅과의 경계를 허물고 자기 자리를 모두 찾아 그 흐름이 만연합니다. 물의 자리를 마치 자기 것인 양 마구 자리를 넓혀 가던 한삼 덩굴은 이제 얼굴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 키 이상으로 하늘까지 차지하려던 단풍잎 돼지풀은 머리 끝 부분만 간신히 매달려 있습니다. 비로소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자 하늘에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7.08.26)
대학 1학년인 처제아들이 잠시 우리 집에 머무는데 무엇을 하든지 내버려두는 우리 아이들과 달리 끼니 때 식사여부 등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특히 밤을 새워 게임에 몰두하는데 이를 그냥 둬야하는지도 판단이 어렵습니다. 학교 다니는 조카들을 10여년 이상 목포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아침이면 도시락 7~8개를 싸고 나면 자신의 점심은 없었다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혼합 곡에다 보리쌀을 더 섞어야했던 시절이었는데 새삼 어머니의 희생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2017.08,25)
생면부지의 아재, 아짐이 우연히 만나서 5분 만에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면 이것은 작업의 일종일까요 아니면 우연한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순수함의 발로일까요? 며칠 전 터미널 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 차 진입하는데 예쁜 아짐이 저에게 다가와 강남구청역 가는 방향을 물어서 같은 7호선이니 저를 따라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만나 시작한 대화가 서로 사는 곳을 묻다 아짐이 불쑥 자기 명함을 내밀며 광주에 오면 들리라합니다. 오늘 고마우니 차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합니다. 글쎄요, 잉!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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