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샛강역에서 전철비가 부족하니 천원만 달라는 단발머리 여인을 만났습니다. 아니 접근해왔습니다. 지난번 터미널역에서 3천원의 쓰디쓴 기억이 떠올랐으나 선뜻 천 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거는 말하기 싫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 이 여인도 가짜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합니다. 혹시나 진짜로 돈이 없을 수도 있고 이 여인이 저의 마음을 시험하려는 하늘의 사자(使者)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2017.06.30)
저는 사실 아직 술 맛을 제대로 모릅니다. 양주는 독하고 소주는 쓰고 맥주는 그저 쌉싸래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서 술은 관계고 분위기며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최근 연이은 술자리를 지켜본 지인들께서 술자리도 너무 많고 술 취하는 게 예전과 다르다고 우려를 하십니다. 저야 나름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주변에 염려를 끼쳐드리는 것도 도리는 아니다 싶어 술을 내려놓을까 합니다. 마침 어제 모임을 마지막으로 저녁 약속이 소진 되었으므로 기회입니다. 애엄마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할 것입니다만(2017.06.29)
오늘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딱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2년간 목포에서 또는 서울에서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가슴에서 아버지의 채취는 거의 사라졌으며 특히 어머니는 완전히 아버지를 지워내셨습니다. 불쌍한 학산 양반! 그래도 항상 자랑스럽게 늘 칭찬하던 손녀 송은이 지갑에만 아버지가 아직 그대로 계십니다. 어제 동작동 국립현충원 충혼당내 제례관에서 슬하의 필수 참여 가족 네 명과 선택적 참여 가족 다섯이 조촐하게 아버지 제사를 모셨습니다. (2017.06.28)
취침시간이나 음주여부에 관계없이 아침 4~5시면 벌떡 일어나 정해진 아침 일정을 소화해왔는데요. 요즘 들어 기력이 좀 떨어졌는지 아니면 게으름이 스며드는지 모르겠으나 눈을 뜨고도 한참을 생각합니다. 더 누워있는 게 몸에 좋을지 그대로 일어나야할지 고민을 하면서 좀 더 눕게 됩니다. 그렇다고 잠이 다시 드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뭉개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다소 피로감은 덜하지만 이건 아니다싶어 내일까지 정해진 술자리가 끝나면 다시 칼을 찾으렵니다.(2017.06.27)
어제 석양 무렵 한강을 걸어 퇴근하는데 서리풀 세빛 영화제를 앞두고 식전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이른바 잠원, 반포지구 주민들을 위한 가설극장이 열린 것입니다. 고정된 스크린에 계단식 좌석, 무대만 야외이지 극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저의 제일 첫 경험의 영화는 일곱 살 무렵 영암 신북국민학교 운동장 가설극장에서 입니다. 장대 둘을 벌려 세워 하얀 천을 두른 스크린, 내내 비가 오는 듯 흘러내리는 화면, 맨 땅에 앉거나 선 면(面)민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로 기억합니다. (201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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