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감사하는 가정의 달이 오늘 부부의 날을 정점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즈음에서 저의 1962년 영암서창국민학교 1학년 2반 시절 담임 김금자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저의 바지의 고무줄이 떨어져 그대로 흘러 내렸습니다. 속옷이 변변치 못했던 때라 바지가 최전선인데 아무튼 선생님께서 제 바지춤을 손으로 잡으시고 직접 고무줄을 넣어주셨습니다. 조금 부끄러웠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최고의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2016.05.21)
수산시장에서 기분 좋게 먹은 자연산 숭어가 졸음을 몰고 왔습니다. 수산시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좀 졸았습니다. 가까스로 노량진역에 이르러 전철을 타고 다음 정거장인 샛강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뜹니다. 이윽고 샛강역 내리자마자 앞에 놓인 의자에 쓰러집니다. 한 시간여를 잤을까요, 집에까지 10분도 안 되는 거리가 만리처럼 느껴집니다. 정장 차림으로 거실 소파에서 일어난 아침! 상쾌합니다. 모처럼 잘 잤습니다. 숭어 만세! (2016.05,20)
아침 일찍 들린 국제전자 사우나의 남탕은 모두가 다른 모습입니다. 아니 다 벗고 있는 점은 빼고요. 한 사람은 누워서 발 하나만 세우고 자고 있습니다. 중년의 한 사내는 수건을 바닥에 깔고 팔굽혀 펴기를 합니다. 제법 잘 합니다. 또 한사람은 온탕 속에 몸을 담근 채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습니다. 명상을 하는지 아니면 야릇한 상상을 하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오늘의 압권은 덜렁거리면서 몇 미터 안 되는 탕 주위를 빙글 빙글 달리는 “나 잡아봐라!” 아저씨입니다. (2016.05.19)
다른 나무들의 꽃이 얼추 지자 감꽃이 피었습니다. 다 자란 감잎 사이에 숨은 감꽃들의 부끄러움이 마치 배꼽을 닮았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의 우리 집은 그 흔한 감나무 하나가 없어서 감꽃을 주우려면 동네 입구의 동주네 집을 가야했습니다. 고목이 다 된 감나무 아래 쏟아지다시피 떨어진 감꽃을 한 주먹 가득 주워 입에 넣어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와 실에 줄줄이 엮어 가지고 놀던 기억이 오늘 새롭습니다. 내일 아침은 출근하면서 길에 떨어진 꽃 몇 개를 주워야겠습니다. (2016.05.18)
가게에 진열된 수십 가지의 상품 중 소비자의 선호와 무관하게 제 개인적으로 정이 더 가거나 덜 가는 제품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미운 제품들이 더 오래 제 곁에 있습니다. 아침 우면산에서 모처럼 들린 뻐꾸기 소리가 반가워 “그래 저 뻐꾸기도 이 산 저 산 가리지 않고 다니며 사랑을 베푸는데 나도 좀 넓게 사랑하자!” 그리하여 오늘은 그동안 관심을 덜 가진 제품들을 어루만지기로 했습니다. 벌써 내 마음을 읽은 듯 가기도 전에 방긋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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