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셔도 집에 들어갈 때는 갖은 조치를 다하여 가급적 눈치를 못 채게 하는데 비오는 새벽녘 부실한 안주에 들이킨 소주가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하다며 애엄마가 애들방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혈압약 처방을 위해 들린 병원의 여의사께서도 지적을 하십니다. “일주일에 몇 번을 드십니까? 좀 줄일 나이가 되지 않으셨습니까?” 부끄러워진 제가 분위기 전환을 시도합니다. “네에 오늘부터는 선생님 말씀을 꼭 따르겠습니다. 충성!” (2016.05.16)
어머니에게 있어서 초파일은 온통 아들인 저를 위한 날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늘 다니시는 절에 등을 켜고 저를 위해 3천배를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이런 정성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머니를 위해서 그런 의미 있는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역할을 바꿔 어머니의 등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어머니의 치매가 어머니의 자존심까지는 앗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엄니 다음 주에 갈께라우!” (2016.05.15)
내려오는 산기슭에서 어린 잣 하나를 주웠습니다. 그때 불현듯 “아니, 내가 우면산을 수없이 오르내렸는데 나무에 달려있는 잣을 왜 한 번도 못 보았지?” 하는 생각이 머릴 스칩니다.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길옆의 잣나무를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보아도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다 내려와서야 꼭대기에 앉은 잣이 보입니다. 위로 햇볕을 받는 가지에만 열리나 봅니다. 그래서 안보인 것이지요. 마침 대성사 승려들의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소리가 들려옵니다. (2016.05.14)
전철 속에서 자리를 잡고 앉으려면 재빠르거나 단순 용감해야 합니다. 전철 가장 자리에 자리가 나자 그 옆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있던 아주머니께서 천천히 앉으려고 몸을 트는 순간 저쪽에 서있던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쏜살같이 달려와 자리를 점령해 버립니다. 먼저 앉으려던 아주머니 머쓱해져 다른 쪽으로 가버립니다. 저 역시 자리가 있어 내가 앉아도 되는 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꼭 먼저 앉아버립니다. (2016.05.13)
점심으로 고등어조림 집을 자주 찾는 이유가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일하는 아짐 둘이 저를 티 나도록 반갑게 대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초중등 아이를 둔 젊은 아짐들인데 얼굴도 귀엽고 하는 짓도 예쁩니다. 어제는 들어서는 저에게 “왜 선글라스를 안 쓰고 오셨어요!” ㅋㅋ 지난번 제가 선글라스를 쓰고 놀래준 적이 있어서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화답합니다. “그럴까? 다음에는 꼭 쓰고 올께, 잉!" 이 두 아짐 역시 우리 가게의 고객이 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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