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인근에 일을 보러왔던 딸아이가 가게에 들렀습니다. 평소에 애들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는 저는 이렇게 둘이 있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어색합니다. “어디 밥 먹고 들어갈까?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아니, 별로 먹은 싶은 거 없는데 아빠는 먹고 싶은 거 있어?” 당연히 저야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요. “아니 나도 먹고 싶은 거 없다야!” 그렇게 해서 우리 둘은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물론 전철 속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에 눈을 두고요. (2016.04.09)
여섯 시가 덜 된 시간에 도착한 여의도 주민자치센터에 설치된 사전 투표소, 방송국이 옆에 있는 동네답게 일찍부터 KBS직원들과 카메라가 바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여섯 시가 되자 투표 시작, 주민등록증을 내밀고 지문을 확인하는 기계에 엄지손가락을 누르니 투표용지가 그 자리에서 출력됩니다. 그때서야 타 지역 사람들이 바로 와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신분 확인과 동시에 그 지역의 투표용지가 바로 나오다니 세상 참! 기계의 발전만큼 정치의식도 커 갔더라면.....(2016.04.08)
우면산 중턱의 계단을 내려오는데 건너편에서 올라오던 사내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합니다. 산에서 이렇게 공손한 인사를 받기는 처음입니다. 답례를 하고 얼굴을 보는데 처음 보는 분입니다. 이윽고 의문이 풀립니다. “실례합니다만 지금 몇 시나 됐습니까?” 그럼, 그렇지! 뭔가 볼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 네에 7시 50분입니다.” 그쳐도 좋을 대화를 제가 또 이어갑니다. “몇 시 약속이십니까?” 그분이 대답을 합니다. “네에 8시 30분입니다.”올라갈지 내려갈지도 모를 그분한테 “아, 충분하네요!” (2016.04.08)
이른 아침 풋고추를 썰다가 가위로 손을 베었습니다. 일회용 밴드를 찾다가 밴드도 애엄마도 집에 없음을 알았습니다. 전화를 대신 받은 딸아이를 통해서 애엄마가 딸과 함께 속초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어제 밤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아파트 현관을 벗어나 밖으로 나와서야 비가 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집에서 볼 때는 우산 쓴 사람이 없었는데. 전철에서 나와 계단을 오르고 개찰구를 빠져나와서야 한 정거장 먼저 신반포역에 내렸음을 알았습니다. 그때 오늘은 깨달음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벌써 낮입니다.
(2016.04.07)
평소 아침이면 우면산의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서 “똑또구르르, 똑또구르르!” 이렇듯 울림이 있는 소리를 인간세상으로 내려 보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내려 보내는 소리가 변했습니다. “떽때떽, 떽때떽!” 방정맞기 그지없습니다. 지금의 선거판을 조롱하는가 싶어서 딱따구리가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았습니다. 대성사 주위에 있는 기지국 꼭대기 플라스틱 덮개를 딱따구리가 쪼고 있었습니다. 뻔히 아무 것도 없을 것이며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오늘 바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2016.04.05
가게의 등을 LED조명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이런 일을 맡길 때 전기나 기계에 소양이 없는 저는 가격의 적정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애로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에 지나가던 어느 업체가 스스로 낸 견적을 가지고 있어서 이번의 업체 가격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가격이 나왔는데 자기들은 정품을 사용하고 저번 업체는 비품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든 저러든 공사를 마친 가격에 점심시간을 지나서 점심 값 3만원을 얹혀드렸습니다. 가게는 다섯 배 밝아졌네요!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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