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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일찍 올 일이 있어서 여의도에서(2016.03.21~2016.03.25)


지하철 역사 화장실 문에는 안쪽에 친절하게도 옷걸이가 붙어있습니다. 당연히 윗옷을 벗어서 걸게 됩니다. 그런데 옷을 걸자마자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져버립니다. 다시 시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내 다시 떨어집니다. 생활바보인 저는 그때서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옷걸이에는 긴 고리 밑에 작은 고리 또 하나가 있습니다. 거기다 옷을 걸어야 착 달리 붙는데 문이 벽에 닫을 때 충격을 완화하려는 장치인 긴 고리에 무조건 걸게 됩니다. 한 번 들어가 보세요.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2016.03.25)





김씨, 강씨 두 씨 간 침묵의 평행선이 6개월을 넘었습니다. 애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간밤에 웬일인지 양 씨 간의 큰 소리가 거실에서 들립니다. 또 무슨 충돌이 있나 싶어서 안방 문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봅니다. 맥주 두 캔을 탁자 위에 넣고 대화가 오고가는데 다행히 또 하나의 강씨 딸아이가 가운데 중재자로 앉아있습니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었으니 저로서는 그만입니다. “홍구야, 좀 풀렸냐? 이제 그러면 이달부터는 엄마한테 용돈이든 월급이든 받아라! 난 바닥이다, 잉!”(2016.03.24)




아가씨손님이 들어오면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29일 인근에서 있음을 알리는 전단지를 들고 왔습니다. 제가 먼저 아는 체를 합니다. “아 법륜스님 말씀을 참 쉽고 재미있게 하시지요.” 그러자 그 손님 화들짝 놀래면서 “어머나 아니어요, 저 교회 다녀요. 길거리에서 주기에 그냥 받아 왔어요!” 제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스님의 말씀이 종교를 떠난 그냥 일상생활이 주제더라고요.” 다소 안심이 된 듯한 표정의 그 손님 “ 이 전단지는 여기 두고 갈게요.” (2016.03.23)



한 시간 늦게 오른 우면산에서 저 보다 먼저 오른 햇살을 만납니다. 볼 끝을 살짝 스치며 반기는데 그 따스함에 언제 겨울이 있었냐 싶습니다. 낙엽 위로 이제 얼굴을 모두 내민 잦나무 어린 새싹들도 생글생글 웃음으로 저를 맞이합니다. 이에 질세라 저도 봄을 노래합니다. “봄이 오면 우면산에 생강 꽃 피네, 생강 꽃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저기 가는 저 아짐 딴 생각 말고, 뒤를 돌아 내 마음을 함께 가져요!” 김동환 시인님 미안해요 대신 크게 불렀어요. 잉!(2016.03.22)




일찍 올 일이 있어서 여의도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남부터미널로 가자고 하니까 갑자기 기사 분 얼굴이 환해지면서 "아이고 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남으로 어찌 되돌아가나 궁리 중이었는데 이렇게 장거리로!" 네에 기사분의 기쁜 마음을 저라고 모를 리 없습니다. 아침부터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다 점심시간이 한참을 넘어도 손님이 없으면 되돌아보면 부질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 스며드는 막연한 근심이나 불안, 그러다 이후 첫 들어온 손님에서 느끼는 안도감, 뭐 그런! 기사님, 오늘 좋은 일 많으세요!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