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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가게 창 너머 길가에(2015.12.05~2015.12.09)

 

법화경의 약초유품을 읽고 있는데 가끔 들리는 스님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아 좋은 구절을 읽고 계십니다.” 저에게 건넨 인사입니다. 평소 품행이방정하지 못하여 그에게 늘 뜯기는 3천원 아까운 제가 생각합니다. “그래! 땡초 네가 말할 수 있는 수준이 그뿐 아니겠어?” 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이 스님 한 술 더 뜹니다. “아 다음번에는 우리 큰 스님에게 홍삼정 한 병 시주하시렵니까? 제가 사다드리기는 합니다만!” 미간이 찌뿌려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웃는 낯으로 “거기까지는 못하겠습니다.” (2015.12.09)

 

 

 

1차 술자리 후 자리를 옮겨 끝나고 일어나면 돈 푸고 몸 버리는 동양화 전투를 즐기며 놀다 새벽 4시가 넘어서 집에 슬며시 들어갔다가 한 시간여 눈을 붙이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가게로 나왔습니다. 자는 시간과 관계없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비교적 일정한 편이어서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조금 있으면 졸음이 쏟아져 올 것입니다. 제가 철인은 아니니까요. 아직 12월 달력에는 남아있는 송년모임이 줄줄이 있으니 살펴가렵니다 오늘 하루! (2015. 12.09)

 

 

 

애엄마가 밤새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합니다. 세 시에 일어나도 그 모습, 네 시에 일어나도 그 모습 , 다섯 시에 일어나도 그 모습입니다.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습니다. 준비하는 시간을 기다려 사우나 실을 같이 내려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덕담 하나를 덧 붙였습니다. “여보 당신의 너른 가슴 덕분으로 간간 술값이라도 한번 낼 수 있어서 좋아, 짜잔한 나를 포용해서 여기까지 온 것을 고맙게 생각해!” (2015.12.08)

 

 

서해대교의 무슨 줄이 끊어져 24일까지 전면 통제한다는 소식에 이번 주말 목포에 내려가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가기 전날 소변 주기를 체크해서 2시간 30분이라는 숫자를 얻은 후 중간 휴게소까지와 그 이후 걸리는 시간, 그리고 길이 막혀 차속에 갇히는 시간을 감안하여 우선 시선이 덜 미치는 혼자 앉는 자리 21번을 예약하고 빈 플라스틱 용기를 하나 가방에 넣었습니다. 나이 들어 소변을 못 참는 탓에 일어나는 웃지 못 할 일입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오며가며 순조로웠다는. (2015.12.07)

 

 

 

가게 창 너머 길가에 세워둔 차속에서 젊은 남녀가 한참 뽀뽀삼매경에 빠졌습니다. 길을 가는 행인들은 자세히 보면 알 것 같은데 관심 없이 지나고 가게 속의 저만 흘끔흘끔 보고 있습니다. 길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안고 뽀뽀를 나누는데 차속에서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더군다나 피가 펄펄 끓는 청춘들인데. 그냥 예뻐 보입니다. 그런데 차속의 아이들이 마냥 우리 애였으면 내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모르겠네요. 그 경우를 직접 당해봐야 알지....(201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