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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전철을 기다리다 무심코 누른(2015.11.11~

 

세상을 살다보면 유난히 기쁜 날이 있습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는데요. 졸업을 앞둔 딸아이가 식품기사 시험에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물론 전공과목을 4년간 공부했으니 합격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국가고시도 아닌 국가 자격시험이라 다른 집에서는 그저 일상의 일일 텐데요. 우리 집에서는 애들을 학교 보내고 속 썩는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처음 즐거운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하여 어제 저녁은 다른 약속을 파하고 집으로 곧장 들어가 축하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2015. 11.14)

 

 

 

가게 주변에서만 맴돌던 청소 아짐께서 어제는 드디어 행동으로 돌입하셨습니다. 가게 안 깊숙이 침투하신 것입니다. 혼자 오시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던지 동료 아짐 한 분을 대동하고서요. 막상 들어오셨으나 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그냥 이 물건 저 물건 들었다 놓으셨다. 저도 생각을 합니다. 홍삼차라도 대접하는 것이 맞는 일이나 그냥 하시는 대로 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홍삼 캔디 가격을 묻습니다. 두 분 손에 홍삼 캔디를 안겨드리며 그냥 가져가셔요! 두 아짐 “아니오, 그럴 수는 없지요!” (2015.11. 13)

 

 

 

 

전철이 노량진역에 이르자 보따리 하나를 들고 오르신 80대 할머니께서 앞 칸에 큰소리로 그것도 짜증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아! 졸졸 잘 따라오더니 어디로 가! 이리로 와, 이리로 으이그!” 잠시 후 중절모에 수염을 기르고 검정 오버를 입으신 할아버지께서 잔뜩 웅그린 채로 건너오시더니 할머니 건너 편 좌석에 앉습니다. 불쌍한 할아버지! 젊어서는 할머니께서 저 할아버지 품에 안겨 아양도 부리고, 때로는 하고, 애도 낳고, 그랬을 것을.... 저는 저리 안 되려고 지금부터 바짝 엎드리고 살아요! (2015.11.12)

 

 

 

전철을 기다리다 무심코 누른 동영상에서 갑자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깜짝 놀라 멈추려는데 쉽게 꺼지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전철에 올라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이윽고 일정 시간이 흘러 전철이 멎자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개찰구 앞에 이르러서야 한 정거장을 먼저 내린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번에는 가게, 1층 화장실의 청소 아짐을 피해서 2층을 이용하고 무심코 내려오니 아뿔싸 지하 주차장이에요. 오늘 왜 이러지?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