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술 한 잔을 가볍게 걸치고(2014.08.27~2014.08.31)

저는 돈을 지갑에 소지하지 않고 그냥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그리 많지도 않은 돈이라 내고 쓰는데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어느 지인이 어렵다해서 마찬가지로 바지 주머니의 돈을 꺼내서 작으나마 보태쓰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그 지인이 "돈을 그렇게 주는 법이 어디있냐"고 합니다. 자기는 작은 돈도 꼭 봉투에 넣어서 준다며 예의가 아니라고 합니다. ㅎㅎㅎ인간에 대한 신뢰에 회의(懷疑)가 잠시 왔습니다. (2014.08.31)

 

 

전철 속 한쪽에 서서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여자들의 가슴을 쳐다봅니다. 아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갑니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크구나, 적구나, 없구나, 너무 커서 힘들겠구나.” 그런 편 나누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이 닫히고 전철이 출발하면 "아이고 이 나이에 내가 아직도 이런 쯔쯔쯔!" 곧 바로 반성모드로 전환합니다. 다른 분들은 들어오는 여성들을 보면서 " 아 저분은 철학이 높구나, 낮구나!" 그런 상상을 할까요? (2014.08.30)

 

 

이틀 연속 처가 어르신의 상가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부부의 중매를 하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어제서야 영전에 놓인 동아전과 크기 4권의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고인께서 금년 1월에 신약과 구약성경을 펜으로 일일이 그리고 가지런히 글자 크기 하나 다름이 없이 써놓으신 노트였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자식들에 대한 기도로 갈무리하셨습니다. 가시는 길을 예감하시면서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저리 남기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2014.08.29)

 

 

가끔 오는 아짐 손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런데 예쁜 얼굴과는 달리 꼭 첫 마디가 시비조로 말을 걸어옵니다. 흘러가는 웬만한 언짢은 말에는 제 감정이 미동도 않습니다만 이 아짐의 말은 가슴을 콕 찌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순간 대응을 할까 망설이다 이내 평정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단어를 계속 반복합니다. 역시나 볼 일을 마치고 가는 그 아짐의 공손한 마무리 인사를 받습니다. 아따, 다음에는 처음부터 그랍시다 잉! (2014.08.28)

 

 

 

술 한 잔을 가볍게 걸치고 집에 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소파에 앉아 있는데 애엄마가 왜 런닝셔츠를 둘러 입었냐고 묻습니다. 순간 옛날 회사의 어느 직원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람을 피우고 몰래 집에 들어와 자고 있는데 싸늘한 기운이 느껴져 일어나보니 부인이 자기를 째려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당황해서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속옷을 둘 다 둘러 입고 있어서 들통이 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후 삶의 주도권을 부인에게 완전 빼앗겨 노예가 되었다는....우리 애엄마도 설마 의심을?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