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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어느 아짐의 길 물음(2023.07.25)

일요 아침 비 오는 서초동 거리를 걷는 저에게 우산을 받쳐 든 아짐이 다가왔습니다. 50대 초반쯤 되었을까요? 아무튼 요즘은 여성분들 나이 헤아리기가 쉽지 않으니 그렇다 치고. 세련된 머리에 생글생글 웃은 얼굴로 저에게 길을 묻습니다. 보통은 건물을 묻는데 이분은 효령로 68길을 묻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저를 향해 웃음이 계속됩니다. 어느 건물을 찾느냐 되물으니 그때야 비로소 주소를 적은 수첩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웃는 그녀의 눈길은 흡사 뫼르소에게 방아쇠를 당기게 한 그 햇빛처럼 강렬해서 저를 뇌살시킬 지경입니다. 건물 위치를 가르치는데도 그녀의 눈빛은 저를 향하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그녀를 벗어나 저도 제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