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에 거실에서 집무를 하던 애엄마가 아침 여섯시가 되어도 계속 집무중입니다. 하인인 제가 그냥 볼 수 없어 홍삼 한 잔을 타서 그분께 바칩니다. “여기 따뜻한 남편이 따뜻하게 한잔 타왔으니 따뜻하게 드십시오!” 마님을 향한 하인의 아양이 낯간지럽습니다만 그분께서는 미동도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간청을 드리니 그때서야 저를 한번 쳐다보십니다. 그분의 눈길 하나에 저는 마음이 그냥 흐뭇합니다. 속으로 “마님! 으짜든지 건강하셔서 우리 가족을 잘 챙겨주세요!” (2019. 1. 4)
지난 1일 처가 식구들과의 신년 모임에서 막내처제가 15일 저의 결혼기념일에 언니에게 샤넬 백을 선물하라고 합니다. 짐짓 모르는 체 그럼 한 50만원이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5백만 원은 할 거라며 언니에게는 짝퉁 전달하고 진짜는 자신이 가질 것이라는 농담도 덧붙입니다. 저의 평소의 작은 가슴과 형편 등을 고려해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입니다. 오늘 의표를 찔렀습니다. 처제에게 샤넬 백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언니는 그걸 들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면서요. (2019. 1. 3)
입고 다니는 바지가 유행을 벗어나 촌스럽다며 애엄마가 모조리 개비(改備) 했습니다. 위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폭이 일정하며 넓은 바지에 익숙하다가 위에서부터 폭이 점점 좁아져 발목에 이르면 발목과 같아지고 끝을 또한 댕강 잘라 발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다리에 꼭 달라붙어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남 보기에 초라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들 합니다. 유행 따라 사는 것은 제멋이지만 역시 저에게는 쓰봉이 최고에요 (2019. 1. 3)
새해 벽두부터 기절할 일이 생겼습니다. 새벽 거실에 나와 보니 벽에 붙어 있던 텔레비전이 몸의 각도를 틀어 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도깨비들이 전기 스위치로 장난을 하더니 이게 여의치 않자 힘으로 들고 나온 것입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으나 일전을 불사하고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아 이런? 벽의 못에 걸려 있는 줄 알았던 텔레비전 뒤에 어마어마한 기계장치가 붙어있어 들어가고 나가고 돌릴 수 있는 것을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2019. 1. 2)
2019년 기해(己亥)년 새해아침이 밝았습니다. 기해는 기회로도 들리니 올해는 여러 가지로 좋은 기회가 저에게 올 듯합니다. 저는 해가 바뀐다고 해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이며 내년에도 그럴 것입니다. 단지 스스로에게 바란다면 제 마음과 몸을 송두리째 사랑으로 가득 찬 한 해를 만들 기회로 삼자는 것입니다. 화, 증오, 짜증, 비판, 견해, 판단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 하나로 그 파장이 넓게 퍼져나가는 그런 강남석을.......(2019. 01.01)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 들어 술자리는 인위적으로(2019.01.09~2019.01.13) (0) | 2019.01.13 |
---|---|
건물 화장실 안에 있는데(2019.01.04~2019.01.07) (0) | 2019.01.13 |
회사 다닐 당시의 거래처(2018.12.28~2018.12.31) (0) | 2019.01.01 |
크리스마스 날 아침입니다(2018.12.25~2018.12.28) (0) | 2018.12.28 |
네 시가 좀 넘었을까요?(2018.12.17~2018.12.24) (0) | 2018.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