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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내일이 우리 집 최대 명절인(2018.09.26~2018.09.30)


일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딸아이와의 바깥식사가 있었습니다. 항상 술자리에서 우왕이나 끌고 노가리나 풀 줄 아는 저는 이런 자리가 어렵습니다. 재롱을 떨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헛소리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다행히 어제는 딸아이가 쓰기 시작하는 석사논문이 화제로 올랐습니다. 패키지의 지속 가능한 단서로 시작되는 제목의 여러 용어 선택에 대해 제가 물어보고 딸아이가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제 이야기를 무시하지 않고 맞장구로 대응하는 딸아이가 잘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018.09.30)




가끔 오셔서 어리광 비슷한 투정을 하는 인근의 아짐 고객이 있습니다. 귀엽게 보이는 거지요. 그런데 어제는 평소와 달리 어두운 얼굴로 들어오더니 눈물을 흘리며 남편이 뇌종양으로 여러 곳이 아파 자신의 24시간 간호도 모자라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쏟아냅니다. 급기야 너무 슬프게 우는데 이거 손을 잡거나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할 수도 없고 그저 말로만 힘들겠다고 하려니 대략 난감입니다. 잠깐이 한나절 같은 시간으로 느껴지는 순간 아짐의 눈물이 멎었습니다. (2018.09.29)




제 입이 가벼워 주변의 아짐 이야기를 애엄마에게 있는 그대로 전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겨 별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은 김밥아짐 잘 있냐고 물어봅니다. 은근 신경이 쓰였을까요? 그럴 만도 합니다. 우리 집이 고척동에서 잠원동으로 이사를 하게 된 계기가 집근처 술집에서 우연히 합석한 아짐 탓이었으니까요. 그 아짐이 공교롭게도 아들아이 짝꿍엄마였는데 사실대로 고했다가 이에 분기탱천한 애엄마가 바로 동네를 옮겨 버렸습니다. 홍구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2018.09.28)




어제 저녁 딸아이와 합작으로 끓인 미역국을 늑장을 부려가며 기다렸으나 당사자인 애엄마를 비롯하여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 혼자 먹었습니다. 집을 나서며 자고 있는 애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진심으로 던지고 나왔습니다. 1남 5녀의 맏이인 저에게 시집와서 아들인 홍구를 낳아 대를 잇게 했으며, 순전히 모유로만 애들을 키워내 집안의 형질을 완전 개량하였으며, 나아가 저의 회사 퇴직 이후는 가정 경제를 짊어지고 분투노력 집안 부흥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니 어찌 고맙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018.09.27)




내일이 우리 집 최대 명절인 애엄마 생일입니다. 며칠 잘 봉사하면 일 년이 편하다는 것을 잘 아는 저는 일찍 축제 분위기 조성에 나섰습니다. 외곽의 든든한 우호 세력인 장인 장모님의 계좌에 추석을 겸한 성의를 예년보다 두 배 가까이 각각 송금하여 두 분 기뻐하시는 모습이 애엄마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게 했으며 어제는 그분을 찬양한 글귀 리본을 단 꽃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만족하신 분위기입니다. 저녁 식사가 푸짐했습니다. 오늘 역시 제 머릿속은 “어떻게 또 기쁘게 해드릴까?” 입니다.

(2018.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