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집 앞 거리에 나붙은 치매노인을 찾는 전단지에 가슴이 아픕니다. 남의 일이 아니고 곧 저의 일이고 우리의 일입니다. 어머니께서도 치매에 시달리면서 둔갑법, 축지법, 분신법등 여러 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 저를 꽤나 당혹스럽게 하셨습니다. 한번은 목포의 연동 파출소에서 서울의 저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가라는 전화가 왔으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가 두 시간여 만에 엉뚱한 곳에서 몸을 드러내셨으며, 그 절정은 깊은 밤 집에서 30km나 떨어진 영암 학산 천해 친정마을 교회 앞에 서 계셨다는......(2018. 06.13)
어제 안성의 윈체스트 골프장 여러 홀에 보리수나무가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붉은 빛 열매를 자랑하고 있어 그 맛을 즐기며 오진 꼴을 봤었는데요. 이게 웬일입니까? 오늘 아침 여의도 한강공원에도 보리수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열매가 익자 드디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길을 멈추고 비에 젖은 열매 몇 개를 입에 넣고 떫은 맛 단 맛을 즐겼습니다. 어린 시절 강진 야산의 포리똥들은 팥보다 적고 가을에 익었는데 둘 사이에는 어떤 연이 있어 저리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2018.06.12)
이른 아침 건물에 배추흰나비 한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아니 이미 와 있다 저를 보자 날개 짓을 하며 환영을 하는 것입니다. 인근에 배추밭도 없고 무밭도 없는데 멀리서 저를 잘도 찾아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 장 담아두려는데 시골출신이라 포즈를 잡을 줄 모릅니다. 마구 몸을 흔들고 한 자리에 잠시를 있지 못하니 셔터를 누를 재간이 없습니다. 겨우 달래서 두 장을 어찌어찌 받아냈습니다만 보여주려는 순간 이미 제 곁을 떠났습니다. (2018.06.10)
햇빛촌의 유리창에는 이슬도 뿌리고 비도 뿌리면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데 우리 가게의 유리창에는 지난겨울부터 온통 먼지와 나태만 쌓여있습니다. 한번 닦아야지 생각하면서도 겨울 지나면, 아니 술이 깨면, 행사 끝나면 이라는 갖은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일요일 한가함이 이제 도를 넘자 걸레를 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유리창에 손을 대는 순간 바로 평화와 웃음이 찾아왔습니다. 비로소 밖과 안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2018.06.10)
한강을 걸어오다 보면 낚시를 하는 분들을 여럿 만납니다. 그런데 낚시 줄을 드리우고만 있지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드디어 그 기회가 왔습니다. 한 조사(釣師)의 낚싯대가 곡선을 그리며 마구 휘어지더니 손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곡선을 그린 그대로 딸려오더니 수면까지 올랐던지 힘껏 끌어올렸습니다. 숨죽여 올라오는 물고기를 기대하고 있던 제 눈에 들어오는 건 끝이 잘려나간 빈 낚시 줄! 마침, 먼 자리 왜가리 한 마리의 비웃음만 가득하고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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