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오자 우면산의 알밤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지나면서 떨어지는 소리 그 자체가 음악입니다. 그럼에도 반갑잖은 손님들이 늘었습니다. 봉지 하나씩을 들고 우면산에 떨어진 밤과 도토리, 상수리들을 싹쓸이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땅바닥까지 모조리 뒤집니다. 차림으로 보건데 도토리 없이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 보이는데요. 저렇게 무자비하게 아름다운 가을을 짓밟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시대 같으면 데려다 곤장을 하사할 텐데요.(2017.09.18)
전화가 울려서 받았는데 상대가 아무 말도 없이 침묵만 흐른다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끊지 않고 얼마 정도 참아내십니까? 우리 친구들 사이에 육십이 훌쩍 넘은 지금도 하고 노는 놀이입니다. 전화를 하거나 받고는 한참 말이 없는 친구의 습관과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 우리들의 성향에 착안한 놀이입니다. 오늘 새벽에도 네 시가 좀 지나 한 친구와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물론 단 한마디의 말도 없었지요. 속아지 없는 일들이지만 즐거움을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찾고 논답니다. (2017.09.17)
10여 년 전에 부인과 사별한 70대 초반 아재 고객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첫 사랑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마침 그분도 혼자 몸이어서 두 분의 늦사랑은 국경과 나이를 순식간에 날려버렸습니다. 급기야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는데 아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수백억대의 재산에 발목이 잡힌 것입니다. 한숨을 쉬며 미국으로 달려가 이해를 구했었는데요. 아니 이게 웬 일입니까? 오늘 아침 우면산에서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두 분을 만났습니다. 아짐을 소개하시는 아재의 얼굴이 함박웃음입니다.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되었을까요? (2017.09.16)
스물한 살에 술을 배우면서 소주의 쓴 맛이 싫어서 맹물을 따라놓고 폼만 잡았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는 술이 취해 다음 날 지장이 되겠다 싶을 정도가 되면 아무리 비싼 양주일지라도 상다리로 흘려보냈습니다. 회사에서 나와 자유인이 되면서부터 주는 대로 들어가는 대로 마셨는데요. 어제 처음으로 소주 석 잔을 바닥에 버렸습니다. 따라주시는 분의 정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읍했지만 감기에 따른 컨디션 조절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죄송해용! (2017.09.15)
우면산행을 끝낸 아짐이 등산복 차림으로 들어왔습니다. 몇 년 전 홍삼을 추출해 간적이 있다는데 저는 기억에 없습니다. 마침 제 가게는 추출기를 철수했으므로 인근의 두 가게를 알려드렸습니다만 다시 오겠다는 말남 남기고 나갔습니다. 정말로 어제 화사한 외출복차림으로 오셨는데 등산복차림 때와는 정 반대로 제법 예쁘신 분입니다. 앉기를 권해서 몇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하고 동갑내기입니다. 급 가까워졌으나 그래도 우리 가게만 고집하는 이유는 못 물어보았습니다. 으잉? (2017.09.13)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존 석유화학에서 인문학으로(2017.09.24~2017.09.28) (0) | 2017.10.01 |
---|---|
길 건너 김밥집 아짐이(2017.09.18~2017.09.23) (0) | 2017.10.01 |
지금 서초동 곳곳에서는(2017.09.10~2017.09.13) (0) | 2017.10.01 |
걷기 운동에 주력하면서(2017.09.06~2017.09.09) (0) | 2017.10.01 |
아들인 저 하나를 두고(2017.09.03~2017.09.06) (0) | 2017.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