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게 인근 동네 아짐이 무화과 한 상자를 들고 오셔서 저랑 나누어 먹으며 한 시간여를 놀다 가셨습니다. 이런 건 몰라도 되는데 어찌어찌 애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송은이도 좋아하는데 좀 가져오지!"합니다. 아마 동네 아짐하고 놀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유쾌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얼른 애엄마 기억을 지우려고 바로 무화과 주문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집으로 무화과가 배달되었답니다. 애엄마도 송은이를 위해 주문을 넣은 것입니다. 제가 부화를 내지른 것입니까?
(2017.09.09)
이름이 익숙하긴 했으나 보낸 사람이 애매한 부고 한 장이 날아 들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열심히 다녔던 실내 포장마차의 아짐께서 돌아가신 것입니다.최근에 출입이 뜸했었는데 한 달 전 뇌출혈이 발목을 잡았다합니다. 광주에서 올라와 20대 아들과 억척스럽게 가게를 꾸려왔는데 에순도 덜 된 나이에 어찌 이런 변을 당하셨는지 안타깝습니다. 고인과의 연으로로 봣을 때 당연히 찾아가 조문을 멀리서 조의로 대신했습니다. (2017.09.08)
지금 서초동 거리 곳곳에는 익은 마로니에가 떨어져 여기 저기 굴러 다닙니다. 어렸을 때 저의 나무 분류법은 간단했습니다. 먹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좋은 나무 아무 것도 안 열리는 나쁜 나무였습니다. 당연히 감나무나 살구나무, 앵두나무등이 좋은 나무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로니에는 고약한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밤처럼 생겨 밤 보다도 더 곱고 겉도 매끄러우면서도 먹지 못하는 열매로 우리들을 현혹하니까요. 칠엽수라고 부릅니다. (2017.09.08)
동작대교에 이르자 근방의 쉼터에 놓여있는 의자가 다른 날과 달리 저를 확 끌어당깁니다. 바삐 서둘러 가야할 이유도 없어서 못이긴 체 앉았는데 눈앞에 아기 참외 하나가 쑥 들어옵니다. 쇠기둥에 의지한 잎들 사이로 부끄러운 얼굴을 내밀었는데요. 계절을 잊고 이제 결실을 한 것도 기특하고 한강 가에서 참외를 보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못해 가슴까지 설렙니다. 아직 솜털조차 가시지 않았는데 몸을 잘 건사하여 노랗게 물든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2017.09.07)
걷기 운동에 주력하면서 1년 6개월을 트래킹화 하나를 혹사했더니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간 훌륭하게 그 임무를 수행했던 점을 높이 사서 그와 똑같은 새신을 구입했습니다. 다만 지난번 신이 제 발보다 큰 255mm여서 발이 철떡거렸던 점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제 크기인 250mm를 선택했는데요. 이 모델이 어찌 좀 예쁘게 생겼다했더니 여성용 신발이었습니다. 헌신도, 새신도. 신을 때마다 발이 간지러웠던 이유일까요?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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