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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이른 아침 호남평야에 떠오르는(2016.12.25~2016.12.28)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자 그를 연민하여 그날 이후 고등어 조림만 쭈욱 먹어왔습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국산부터 노르웨이산까지. 그러자 갈치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목포 먹갈치 제주 은갈치가 육지로 온다는 소문입니다. 그래서 어제는 갈치조림을 시켰습니다. 가격은 고등어보다 천원이 비싸고 김치로 졸인 고등어와 달리 무를 넣고 졸였습니다. 거기다 두툼한 갈치를 두토막이나 넣었네요. 서해수산 주인도 갈치들의 반란이 두려운 것입니다. 칠천원에 갈치조림. 서초동에서는 착한 가격입니다. (2016,12,28)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과제로 삼았던 마음 다스리는 일에는 얼마나 진척이 있나 살폈습니다. 화내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외부의 어떤 자극으로 마음의 밑바닥이 흔들리는 일은 있었으나 적어도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잡아두지도 않아 바로 흘러가 이내 평온을 되찾았지요. 내년에는 좀 더 심화하여 마음의 밑바닥까지도 일점 동요가 없는 그런 삶으로 나아갈까 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12.28)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오늘 아직까지 세 개의 모임 약속이 남아있습니다. 되돌아보니 올해는 한 달에 평균 20여회 이상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서민치고 너무나 많은 일정을 소화해 낸 것입니다. 좀 무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밝아오는 2017년 새해에는 월 10회 이내로 확 줄여야겠습니다. 부딪히면 얽힌 여러 인연들을 또 쉽게 뿌리치지 못하리라는 것을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줄여야지요. (2016.12.27)




어렸을 때 능글능글(물렁물렁)한 음식을 목으로 넘기지 못했습니다. 묵이나 돼지비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찰떡이나 쑥떡도 속이 완전히 굳어서 깡깡해야 겨우 먹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보약이라며 간간 어머니께서 낙지를 조사서 참기름을 두른 것도 된장의 힘을 빌려 겨우 넘길 수 있었습니다. 스물을 넘어 술을 배우면서 안주로 이것저것 먹으면서야 이런 음식들에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식성 역시 애들에게 이어 지나 봅니다. 우리 아이들도 물렁물렁 한 거와는 남입니다. (2016.12.26)




이른 아침 호남평야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목포로 달려가 엄니를 만났습니다. 늘 그랬듯이 엄니와 기억 찾기 놀이를 합니다.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우므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 드립니다. 그런데 웬일 입니까? 며느리 사진을 보시자마자 “홍구애미 아니냐? 김희원이!” 이름까지 기억해 내시다니. 순간 저는 우리 애들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한글을 깨치면서 가르쳐 주지도 않은 글자를 읽어 냈을 때의 그 오지던 마음으로요. 반갑고 즐거워 박수를 마구 쳤던 그 감격! (2016.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