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끝을 오므린 포장지에 담긴 추억의 비과 같은 과자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한 입에 넣었습니다. 옛날과 달리 속포장이 한 겹 더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탈이 났습니다. 거의 엿이어서 한참을 씹는데 갑자기 양이 두 배로 많아지는 것입니다. 놀래 뱉어내니 위어금니가 같이 딸려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금니가 빠진 자리에는 앙상한 기둥 두 개만이. 몇 년 전 새로운 이 제국을 위한 기초공사의 산물입니다. 빠진 이를 들고 치과로 가 그 기둥에 로봇처럼 합체! (2016.06.21)
뜨거운 햇볕과 함께한 어제 오후 포천의 어느 골프장, 위 홀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뛰어나와 우리 홀을 가로 질러 아래 홀까지 쏜살같이 내달리더니 시야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한가하게 낮잠을 즐기다 갑자기 떨어진 공에 놀랐을까요? 달리는 고라니가 애처롭습니다. 그런데 한참 후 그 고라니가 다시 나타나 오던 길을 반대로 위쪽으로 달려 원래의 자리로 사라졌습니다. 갈증을 참지 못해 아래 쪽 연못으로 잠깐 물 마시러 갔을까요? 고라니 자리를 차지한 우리가 미안했습니다. 92016.06.20)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란 시입니다. 하지가 다가오니 감자들도 이제 다 여물었겠지요. 30여 년 전 어느 술자리에서 제가 저 시를 읊으면서 “이 감자꽃이란 시가 우리 국민학교시절 음악책에 실렸었다.”고 하자 나머지 세 사람이 “그런 적이 없다."고 우기는 바람에 그냥 제 기억을 접고 말았습니다. 자주 감자나 하얀 감자나 감자는 감자이니까요. (2016.06.19)
샛강에서 탄 전철이 동작역에 이르면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뒤따르는 급행을 먼저 보내기 위해 잠시 기다린다.”면서 “먼저 가실 분은 급행으로 갈아타라!”는 안내방송 때문입니다. 두 정거장만 더 지나면 환승하기 위해 내려야하는 터미널역이라서 그냥 앉아 있어도 되는데 늘 망설입니다. 그리고는 어느 사이 내려서 급행이 서는 곳에 서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10여분에 인생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꼭 빠른 쪽을 선택합니다. (2016.06.18)
고등학교 3학년 때 제 번호는 33번이었습니다. 어제는 32번이었던 김성기군을 만났습니다. 인연이 그러한지 성기하고는 졸업하고 20년 주기로 어제가 딱 두 번째 만남입니다. 방에 들서는 저를 보더니 반가운 눈빛이 역력합니다.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던 성기는 저를 마치 어린 동생 대하듯 했는데 세월이 흘렀는지 어제는 첫 마디가 “남석이는 안 늙을 줄 알았는데”였습니다. 그래도 그 정이 어디 갑니까? 아직도 성기는 마음쓰임이 저보다 어른이었습니다.(2016.06.17)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은(2016.06.28~2016. 06.30) (0) | 2016.07.06 |
---|---|
어쩌다 일행들과 노래방을(2016.06.22~2016.06.26) (0) | 2016.06.25 |
일주일을 연속 고등어조림으로(2016.06.10~2016.06.16) (0) | 2016.06.18 |
제가 어렸을 때 아는 권투선수는(2016.06.06~2016.06.10) (0) | 2016.06.10 |
박용운 책 발간에 붙여(2016.06.02)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