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엄마 생일입니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자기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하여 마음에 없는 왕위이양을 반복하며 사도세자를 괴롭히지만 저는 일찍이 회사에서 나와 기존의 질서가 깨지자 바로 애엄마에게 가장이양을 단행하고 바짝 엎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우리 집의 최고 명절입니다. 제1 가신인 저는 어제 밤 축하 글과 함께 약간의 조공을 바쳐 그분의 환심을 샀으며 제3 가신인 딸아이는 새벽같이 아침상을 차려서 그분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런데 제2 가신인 아들은 무슨 배짱인지 아직도....(2015.09.30)
우면산 내려오는 길 위에서 상수리 하나가 내 오른발 앞꿈치에 떨어집니다. 왼발이 아니고 왜 오른발에 떨어졌을까요? 주워서 가져가라는 것인가요? 아니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길이 아니고 숲으로 떨어졌으면 내 일이 아니니 모른 체해도 되는 일인가요. 부처께서 양정에게 말씀하십니다. 양정아! 저 상수리가 양정 네 앞에 떨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 네게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며 또한 그것이 상수리가 아니라 그 이름이 상수리니라!(2015.09.29)
정확히 2년 전 영화를 본 직후 6시간의 응급실행 그 이후 단 한 번도 극장을 찾지 않았었는데 어제 바로 그때와 똑같은 상황에 처한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애엄마 생일을 앞둔 추석 직후의 영화관 그날은 관상이라는 사극이었는데 올해 또한 사도라는 사극, 공교롭게도 주인공이 수염을 기른 송강호로 똑같은 배우! 내내 저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격한 장면은 살짝 눈을 감고 피하면서 아무 일도 없이 그렇게 125분이 지났습니다. 그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것입니다.(2015.09.29)
저는 가수 윤형주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습니다. 애엄마는 조영남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조영남을 좋아하는 건지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나 그중 “제비”라는 노래를 즐겨 부릅니다. 어제는 이를 알고 있는 딸아이가 쎄시봉 콘서트 표를 예매해줘서 애엄마와 둘이 두 가수를 동시에 접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특히 모처럼 아는 노래들이라서 내내 졸지 않고 가끔은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역시 휘날레는 "우리들의 이야기!" (2015.09.28)
서울 집에서 맞는 첫 명절! 아침 식사자리에서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목포에서 일어나면 할아버지 할머니 등 이미 다들 성묘를 떠나 아무도 안계셨는데 이제 부담이 없음에도 엄마가 더 일찍 일어나 밥을 차리니 신기하다!” 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며느리 아침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배려로 나를 제외한 우리 식구들은 명절날도 늦잠을 즐겼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당연 이런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이야기였습니다. 엄니! 다음 주에 내려가요 잉! (2015.09.27)
갑 질하던 아짐이 어제 또 왔습니다. 그러니까 며칠사이 세 번째 방문입니다. 이번에 가격이 백화점과 왜 다르냐고 따지러 온 것입니다. 백화점에 비해 비쌀 리가 없는데 뭐라고 설명을 해도 이분을 이해시키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분이 우리 가게를 들릴 명분을 찾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드는 것입니다. 작전을 바꿨습니다."백화점에서 사오세요! 차액을 언제든지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들린다며 가셨는데. 안 왔으면..... (2015.09.26)
추석 며칠 전이면 영암 학산면 외가에서 외할아버지께서 장을 보러 막내딸 우리 엄니가 사는 목포로 꼭 오셨습니다. 용당에서 내려 철선을 타고 다시 택시나 시내버스를 타야하는 여정이었지요. 그럼에도 꼭 손이나 등에 월배쌀(올벼쌀)을 가지고 오셔서 추석 날 아침상을 차리게 하셨습니다. 그 외할버지께서 90을 넘어 사시다가 가신지 30여년이 넘었으며, 올해는 아버지도 세상을 뜨셨고, 아침상을 차리던 어머니 역시 요양병원에서 추석을 잊고 계십니다.(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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