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중턱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크게 찧었습니다. 상당히 아파서 먼저 길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아니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게 잘도 다니는데" 맞는 말입니다. 이번에는 신발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길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잖아요?" 그도 맞습니다. 이번에는 그림자에게 묻습니다."주인이 넘어지기 전에 제가 넘어지는 것 보셨어요?" 머쓱해진 저에게 땅이 이야기합니다."그러게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때로는 아래로 땅도 보고다녀야지!"(2013.11.19)
올해 83세의 곱게 늙으신 할머니께서 오셔서 한 시간여를 놀다 가셨습니다. 말씀의 대부분이 자식들 모두 멀리서 잘 살고있지만 거기 가서 폐를 끼치기는 싫고 하루라도 빨리 저 세상으로 가고 싶으시다는 것입니다.그럼에도 호소하시는 것은 혼자 사시는 외로움이었습니다. 여러 즐거운 이야기를 해드리며 잠시나마 웃게 해드렸지만 저 역시 목포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편치는 못했습니다.(2013.11.18)
토요일 밤 우리 집에는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분께서 술에 취해서 들어오신 것입니다. 속을 붙잡고 속이 아프시다며 침대로 그대로 쓰러져 주무십니다. 이를 지켜본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 간간 그렇게 잡수셔야 술 마시는 사람들 마음을 알지" 그러나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처음 일이라서요....아침에 따뜻한 국물을 마시며"어이구 이제 좀 풀리네"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사모님! "으매잉, 자주 좀 그러셔요 잉!" (2013.11.18)
안개가 자욱한 오늘 아침의 한강은 유치환이 그의 시 생명의 서에서 이야기한 "일체가 모래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처럼 시작과 끝이 없었으며 하늘과 땅 그리고 강의 구별도 없었습니다. 하늘이 곧 나고 내가 곧 땅이었으며,강이 곧 땅이고 하늘이었으며 또한 강이 곧 나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도 마치 유치환 시인처럼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호올로 섰습니다.(2013.11.16)
눈을 뜬 새벽 두 시 항상 옆에 두고 자는 스마트폰이 없습니다. "아차! 이건 애엄마의 보안검사!"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최근 며칠간의 전화행적을 더듬습니다.특별히 오해를 살만한 내용이 전이나 지금이나 없을 것을 확신한 제가 바로 거실로 나갑니다."아니 아직도 안 자고 뭣한가?" 이를 들은 애엄마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 은행 인증번호 좀 받으려고 가지고 나왔어요. 다른 내용들은 안봤어!" .....ㅎㅎㅎㅎ글세 메시지나 카톡을 보시지 않았을까요?(2013.11.15)
최근 여러 자리에서 오는 술을 마다않고 마시면서 몸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술이 문제였구나 판단을 내렸습니다. 마시고 난 다음 날 몸의 다른 부분은 전혀 이상이 없는데 머리가 상쾌하지 못했습니다.제 경우 술이 뇌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듯 합니다. 다시 술을 조심하려구요, 두 잔으로만 끝낼까?(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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