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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제 글이 실린 제3의 문학회(2017.11.22~2017.11.26)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뭔가를 호소하는데 아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다가갔습니다. 말이 어눌하고 손가락 사용이 불편한 자폐소년입니다. 어렵사리 이해한 이야기는 헐거워진 바지의 끈을 다시 꽉 매어주되 소변 볼 때 쉽게 풀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제 솜씨도 늘 서투르지만 있는 성의를 다하여 소년의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작은 짐 하나를 바닥에 두고 마중 나올 분을 기다리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2017.11.26)




인터넷에 “차려입은 듯 깔끔한 신사 니트와 셔츠”라는 옷이 멋져 보여서 구입을 했습니다. 역시나 가격도 저렴하고 입어보니 저의 눈에는 제법 폼이 났습니다. 아침에 차려입고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자고 있는 애엄마를 “짜잔”하고 깨웠더니 반쯤 눈을 뜨고 보면서 메이커가 어디냐고 묻습니다. 알리가 없는 제가 망설이자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옷도 브랜드 있는 옷을 입어야해!” 제가 산 옷이 못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벗으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지요.

(2017.11.25)




토요 아침 7시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잠시 후 23분 아침 8시에 문을 열어달라던 손님께서 40여분을 앞당겨서 오십니다. 기다리지 않게 해서 다행임과 동시에 약속대로 오신 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어서 가게에 불이 켜져 있음을 보고 인근에 사는 셋째 매제가 아침 식사로 김밥을 들고 왔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마침 곁을 지나던 국민학교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마침 다른 국교동창네 결혼식에 갈 수 없어 편부의뢰 전화를 할 참이었는데 이게 웬 떡입니까? 7시부터 30분도 안된 사이에 세 가지 일을 마쳤습니다. 상쾌합니다. (2017.11.25)



눈이 내린 출근길 지하철이 샛강역에 9분여 늦게 도착했습니다. 전철 속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재 아짐 처녀 총각 구별이 없으며, 위와 아래 오른쪽 왼쪽 눈의 방향이 없으며, 성호를 부지런히 긋는 할머니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뭔가를 열심히 보는 아가씨 잠이 부족해 연신 하품을 해대는 어린 학생 누구하나 신경 쓸 겨를도 없습니다. 운 좋게(?) 세 아짐 사이에 둘러싸인 저는 행여 불필요한 오해라도 부를 새라 숨도 못 쉬고요. 그렇게 밤사이 내린 눈은 여의도를 지나 서초동으로 갑니다.

(2017.11.24)




저의 대외 첫 시험은 서울에서 중학교 입학시험입니다. 전기도 안 들어왔던 우리집을 걸어 나와 영암읍에서 버스를 타고 영산포역으로 가서 서울로 가는 밤 완행열차에 몸을 싣는 저의 윗옷 안쪽 겨드랑이 부근에 어머니께서 앞닫이 깊숙이 보관한 배냇저고리의 일부를 잘라 붙여 놓으셨습니다. 배냇저고리를 몸에 지니고 가면 합격한다는 민가의 속설을 믿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바지 안쪽에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600원을 지폐로 넣어 주셨는데 아들은 기대에 부응을 못하고 말았으니.... 반세기(半世紀) 전의 일입니다.

(2017.11.23)




제 글이 실린 제3의 문학회 사화집 제2호가 출간되었습니다. 본시 저는 글을 쓰는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학이라는 범주와는 동떨어진 사람인데요. 제가 관여하는 카페나 밴드의 운영을 위해서 하루에 몇 줄 올리는 작업들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졸고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늘 부끄러워 한사코 사양했는데요. 이번 역시 마감 하루 전에 부랴부랴 몇 날 분을 추렸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정선했어야 했는데요. 늘 격려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201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