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두 벌의 새옷을(2023.12.24)

강남석 2023. 12. 24. 07:21

비싼 옷을 사줘도 싼 옷처럼 막 입고 새 옷을 사줘도 헌 옷처럼 입는다며 늘 핀잔을 듣습니다. 그런 애엄마가 새 양복 두 벌을 제 앞에 내밀며 입어보라고 합니다. 앞의 이유로 홈쇼핑에서 싼 게 나와서 샀다고 하는데요. 새 양복에 눈길이 가는 것보다는 아직은 집에서 내쫓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아 고맙다는 큰소리와 함께 은근 미소를 짓습니다. 새 옷을 새 옷답게 입어야지요.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바지 길이 줄이는 일을 인근 세탁소가 아닌 명품 수선집에 맡겨 찾아왔습니다. 역시나 비용은 더 들어갔지요. 아무도 안 보는 안방에서 슬그머니 두 벌을 번갈아 입어 봅니다. 맞습니다. 제 눈에도 헌 옷은 헌 옷같고 새 옷도 헌 옷 같습니다.


*목포 갓바위   김기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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