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음직한(2017.07.27~2017.07,31)

강남석 2017. 7. 28. 10:53

출근길 집을 나섰는데 하늘의 구름이 장난이 아닙니다. 곧 비가 올 듯했지만 아직은 아니어서 한강을 걷기로 결정합니다. 30일 장마가 끝이라는 예보가 있었고, 검은 구름 사이로 터진 구멍이 많아서 그걸 하늘이 메우는데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 그대로 걷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의도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강철교를 지나 한강대교 100m직전 노량대교에 이르기까지는 속수무책입니다. 저의 물에 빠진 생쥐신세를 보면서 같은 처지의 메꽃이 안타까워합니다. (2017.07.31)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몇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니 눈에 띄었음직한 데 그동안 남부터미널 사거리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롯데월드 타워가 지난번 비가 개인 오후에 훤히 보였습니다. 신기루려니 생각하고 다시 봐도 바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마치 그쪽이 구름을 배경으로 딴 나라처럼. 반가워 다음 날 다시 보았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없습니다. 다음 날도 역시 없고 또 없고. 나의 정성에 감복했나요? 어제 오후 다시 보였습니다. ㅋㅋ네에 비가 개이고 가시거리가 길어진 덕입니다 (2017.07.29)




애엄마가 화장실 벽에 뭔가를 걸려고 드릴작업을 하다가 그대로 넘어졌다고 합니다. 화장실에서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연결되기 쉬워서 바짝 긴장을 했습니다. 우리 집 경제운영의 주체이시며 실질적 가장이신 그분의 변고는 저의 불행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부착하려던 가구를 안고 어깨부터 넘어져 한쪽 등만 넓게 부어올랐습니다. 못질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남편을 둔 그분의 속은 저를 향해 부글부글 끓고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은 낮 중간 중간 그분의 안부를 살피는 게 제가 사는 길입니다.

(2017.07.29)



손자가 병상의 할머니를 찾아가 뵙는 것이 도리이고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어찌 제 마음이 더 기쁘고 아들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까요? 손자손녀 밖에 모르던 어머니를 애들이 가끔 찾아가기를 바라면서도 단 한 번도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지난번 딸아이에 이어 아들까지 다녀왔으니 마치 제 할일을 다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예뻐하던 손자이지만 몰라보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잠깐 알아보셨다 합니다만 그 잠시라도 어디입니까? 그 잠시 어머니께서 얼마나 오지(흐뭇)셨겠습니까?(2017.07.28)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음직한 귀여운 아가씨가 가게로 들어오더니 차비가 부족하다며 천원을 빌려 줄 수 있나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에 찍힌 무슨 잔고를 보여주면서 사실 몇 백 원이 부족한데 백 원짜리는 CD기에 입금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천원을 주면서 여유 있게 더 가져가도 좋고 그냥 갚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럴 수는 없다고 합니다. 자기는 나쁜 사람이 아니어서 반드시 오겠다고 합니다. 오든 안 오든 유쾌합니다. 말하는 모습이 예쁘고 진실해보여서요! (201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