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새벽 네 시 여의도 집에서(2017,07,21~2017.07.24)

강남석 2017. 7. 28. 10:51


참외와 복숭아를 시간 가격을 두지 않고 동시에 먹었더니 갑자기 비위가 돌았습니다. 두 음식이 궁합이 맞지 않아 그러다 보다 생각하고 말았으나 언뜻 어린 시절의 학교에서 회충약을 먹던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침밥을 굶고 등교해서 선생님께서 나눠 준 회충약 산토닌을 먹고 약이 독했는지 아침을 굶어서 그랬는지 하늘이 빙빙 돌았던 일과 그리고 다음 날 회충 수까지 헤아려야 했었던. 아무튼 비위가 돈 이유가 유기농 채소 섭취에 따른 기생충이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곧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2017.07.24)




가게에서 사용하는 보조의자 두 개를 집에서 쓸 일이 있다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져오라고 합니다. 택시를 타면 택시비가 의자 값보다 더 할 것 같아 전철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둘은 다 들 수가 없어 퇴근 길 하루 하나씩 옮기기로 하고 들고 나섰습니다. 전철로 의자를 나르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으니 제가 처음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의자를 들고 서 있으려니 불편하여 그냥 그 의자에 앉았습니다. 모두들 서 있는 복잡한 가운데 저만 앉은 자세이니 그 모양이 아주 볼만 합니다. 다들 신기한 듯 저를 구경합니다. (2017.07.24)




중복이었으니 스님들처럼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들고 소박한 음식을 찾아 먹었어야 중복(重福)을 얻었을 것인데 스님들의 대표적 금기 식품인 보신탕을 함께 했으니 이것이 중복을 맞는 자세로서 잘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초복에 이어 더위가 말복까지 이어지니 중복(中伏)을 연복(連伏)이라 했으면 이런 오해가 없었을 것을 목에 넘기면서도 어떤 모습이었을까 여러 개들이 눈앞으로 마구 지나갑니다. 또 한 가지 아리송한 것은 어째서 보신탕집 주인 아짐들은 모두 빼어난 미인들일까 하는 점입니다. (2017.07.22)




우면산 팥배나무에는 지금 팥배가 열려 있습니다. 우면산 개암나무에는 지금 개암이 열려 있습니다. 우면산 잣나무에는 지금 잣이 열려 있습니다. 우면산 도토리나무에는 지금 도토리가 열려있습니다. 우면산 상수리나무에는 지금 상수리가 열려 있습니다. 우면산 때죽나무에는 지금 때죽이 열려 있습니다. 우면산 밤나무에는 지금 밤이 열려 있습니다. 우면산 산딸나무에는 지금 산딸이 열려있습니다. 그러나 우면산 맹감(청미래)나무에는 지금 맹감이 열려 있지 않습니다. 아니 맹감나무도 없습니다. (2017.07.21)




새벽 네 시 여의도 집에서 나와 한강을 걷기 두 시간 그리고 실내운동 한 시간 도합 세 시간의 운동과 간단한 샤워로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남부터미널 구내식당에 아침식사를 위해 들어섰습니다. 주방에서 일을 하던 아짐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시며 제 옆으로 오더니 식판에 달걀 프라이 두 개를 살짝 놓고 가십니다. 이름하여 특별 서비스입니다. 다른 분들 눈도 있는데 이거 어쩌시려고. 저도 가만히 구석으로 가 다음에 홍삼으로 몇 배 갚을 것을 다짐하면서 아짐의 마음을 새겨 넣습니다. (201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