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고객의 요청으로 미국(2017.06.01~2017.06.05)

강남석 2017. 6. 10. 08:36

세네갈이 먼 나라 이름인 줄만 알았는데 어제 저녁 음식점의 갈치가 그 나라 출신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명태는 러시아에서 배를 타고 왔으며 조기는 칠산 앞바다에서 중국으로 놀러 갔다가 다시 건너 왔습니다. 또한 가자미는 전통의 우방 미국이고요.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 다섯 점은 네덜란드 출신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식탁은 모조리 다국적인데요. 소주와 맥주 그리고 그걸 먹고 마시는 우리들만이 한국산입니다. (2017.06.05)




저와 더불어 제 주위도 나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아프거나 배우자가 아프신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난히 올해가 더 그러는 것 같은데요. 아프면 아픈 분 혼자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 리듬까지 다 깨져 버립니다. 이런 경우들을 보면서 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 제가 편안하기 위해서 애엄마 건강까지도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늘도 애엄마 머리맡에 홍삼 한 사발을 놓고 나왔습니다. (2017.06.04)




제철을 맞은 민어회 한 접시의 값이 9~10만원에 이르네요. 선뜻 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생선회를 제일 처음 접한 게 여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입니다. 당시 아나고회가 한 접시에 3천원 그리고 소주 한 병이 4백원이었는데요. 부모님이 주신 용돈이 아닌 제가 직접 번 돈으로 사먹는다는 기쁨까지 겹쳐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생각하며 연신 소주잔을 비워냈었습니다. 이렇게 아나고회 밖에 몰랐던 청년이 이제 세상의 온갖 괴기를 탐하는 노인으로 마구 달려가고 있습니다. (2017.06.03)




새벽녘 한강을 걸어오며 한강철교 밑에서 만나는 왜가리는 수절과부임에 틀림없습니다. 늘 아시아의 외로움을 혼자 다 몸으로 안은 듯 진하게 슬픈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주경계에는 조금도 게으름이 없어서 제가 다가가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려고 하면 한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지켜보다가 셔터를 누르기 직전 한강대교 쪽으로 날라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또 저를 기다립니다. 그러다 제가 다시 접근하면 이번에는 동작대교 쪽으로. 우체국 아가씨 뿐만아니라 이제 수절 왜가리도 저를 거부합니다. (2017.06.02)





고객의 요청으로 미국으로 홍삼을 보내려고 인근 우체국에 들렸습니다. 제1선에서 분홍색 반팔셔츠를 입은 여성 직원들이 손님을 맞습니다. 운 좋게도 가장 예쁘고 어리게 보이는 직원에게 제 번호표가 다가갑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저울에 물건을 올려놓습니다. 송장을 보며 부지런히 뭔가를 열심히 쳐 넣던 이쁜 아가씨가 저에게 25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아뿔싸! 가진 돈이 20만원 밖에 없습니다. 별 수 있습니까? 제 얼굴을 믿고 잔여 금액을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ㅋㅋㅋㅋ돌아온 대답이 카드납부도 가능하답니다.

(2017.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