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6년 전 되돌려 받으려고 빌려준(2017.04.09~2017.-4.10)

강남석 2017. 4. 9. 11:08


복잡한 지하철 9호선 자리가 나자 앉으려는데 눈앞에 붙여진 광고 문구가 크게 보입니다. “자리만 보면 무조건 앉고 싶어지는 절대착석 증후군” 마치 저를 지칭하는 것 같아 잠시 주저하다 앉습니다. 앉으면 졸리는 봄, 하품을 하고 눈을 좀 붙이려는데 또 보이는 다른 광고 문구 “만원 지하철에서 납작이 끼어 졸고 있는 압축수면 증후군” 어디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습니까? 모 제약회사의 비타민을 선전하는 광고인데요. 마지막 하나 문구는 “졸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버리는 수면간과증후군” 그럴듯하지요?

(2017.04.10)




옆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짐이 저에게 나사를 좀 돌려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저는 그런 일을 잘못한다고 말씀을 드려도 그래도 남자이지 않느냐면서 가자고 합니다. 메뉴판을 교체하면서 세군데 나사못은 풀었는데 나머지 한 곳이 문제였나 봅니다. 그런데 그걸 제가 돌린다고 움직이겠습니까? 꿈쩍도 않습니다. 별 수 없이 고백을 합니다. “저 집에서도 이런 일을 못해서 애엄마가 다 합니다!” ㅋㅋ아마 이렇게 소문이 날 것입니다. "정관장 아저씨 남자구실 못한다고!"(2017.04.09)






우리는 서초동 거리의 건물 앞에 있는 느티나무입니다. 분합니다. 오늘 우리들의 몸은 또 잘려나갔습니다. 무자비한 톱질과 가위질에 저항 한번 못하고 그대로 당했습니다. 봄을 맞아 이제 팔을 펴고 기지개를 막 하려던 참인데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작년의 아픔을 견디면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가지를 키우고 잎을 피워 그늘을 제공하고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건만 앞을 가릴 거라는 단순한 이유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습니다. 하필 이곳에 자리를 잡아 이런 슬픔을 겪는지 눈물이 마구 쏟아집니다. (2017.04.09)              




6년 전 되돌려 받으려고 빌려준 책이 아니었는데 되돌아왔습니다. 제 지금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하와이 사람들의 지혜를 소개한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이란 책인데요. 가게에 손님으로 온 아가씨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번 읽어 보라며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뜻밖에 그 아가씨가 다른 선물과 함께 가져와 “책꽂이에 꽂혀 있어서 늘 가져다드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마침 이쪽으로 오는 길이 있어서 들렸다.”며 내밉니다. 6년이란 세월에 그 마음을 쭉 가졌다면 그게 바로 호오포노포노의 실행입니다. (2017.04.09)               새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