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조림 집에 중3 딸아이가(2017.02.27~2017.03.04)
스물한 살에 술을 배우면서 아니 배우게 되면서 그 쓰디 쓴 맛이 싫어서 소주잔에 맹물을 따라 건배를 하곤 했었는데요. 아무튼 술을 마시면서 체중도 늘고, 못 먹던 음식도 안주로 먹게 되면서 몸이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40여년을 함께한 지금은 몸이 자꾸 옛날의 술 없던 때를 그리워하고 애엄마도 저리 술을 안마셨으면 하니 앞으로 20여년은 어린 시절로 돌아갈까 합니다. 청정한 몸으로 왔으니 청정하게 돌려줘야지요. 허나 오늘의 결심은 얼마나 가려나요? (2017.03.04)
봄을 맞아 역동하기 시작하는 한강을 걸어오는데 뒤 먼발치에서 따라오던 아재 한분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걷는 분들은 서두르지 않는데. 아무튼 저를 추월한 그분이 명수대 끝자락에 이르러 먼저 있던 어떤 아짐과 대화를 나눕니다. 이윽고 제가 그쪽에 이르자 묻지도 않았는데 한강변에 시신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아마 먼저 발견하신 아짐께서 도움을 요청했을 것입니다. 반포119수난구조대까지 직접 달려가 신고를 하신 그 아재 고맙습니다. 앞지르지 않았으면 온전히 제 일이었을 텐데요
(2017.03.02)
아내가 술에 취하면 냄새가 심하니 차라리 밖에서 자고 오라고 했습니다. 분부를 받잡은 착한 남편은 진짜로 2주 동안 3일을 밖에서 그것도 가게 다락에서 잤습니다. 이불이 없으니 두꺼운 겉옷과 담요 두 장 그리고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이겼습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약속을 지켰으므로 별 일이 없을 것을 생각한 남편에게 갑자기 칭찬 대신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잘한다. 외박을 이제 밥 먹듯, 아예 밖에다 각시도 하나 두지 그래!” 아니! 마님 저더러 어쩌란 이야기인가요? (2017.03.01)
배달을 가느라 잠시 비운 사이 가게에 오신 여성 손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바쁘신가요?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셔서 창가 맨 왼쪽 밑을 보면 거기에 원하시는 상품이 있습니다.” 상품을 찾은 손님께서 법인카드라 바로 결제를 해야 한답니다. “네에 책상 왼쪽에 카드 단말기가 있는데 해보시겠어요?” 제 이야기대로 결제를 마친 손님이 이번에는 주차증을 찾습니다. “아 맨 위 서랍에 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다 마치셨습니다. 무인가게 만세! (2017.02.28)
고등어조림 집에 중3 딸아이가 나와서 점심시간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아짐 한 분이 집에 일이 있어서 이틀 비우는 일손을 메우는 것이지요. 마침 다른 손님이 없어서 공부 이야기 좀 물어보다가 어른들 일을 돕는 것이 기특하다고 칭찬을 하고 손에 몇 만 원을 쥐어 주었습니다. 부모들이 깜짝 놀라며 말렸지만 아이의 환하게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받는 모습이 천진합니다. 부모 역시 저의 고등어조림 값을 한사코 사양합니다. 서로 좋은 인연의 자연스러운 발로입니다. (201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