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사는 친구가(2017.02.03~2017.02.06)
출근을 하려는데 간밤에 벗어 놓은 바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옷걸이, 농 등 온 방을 다 뒤져도 없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급기야 애엄마가 잠에서 깨고야 말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그게 안 보이느냐 부터 시작해서 날 추우니 이것 입어봐라 저것 입어봐라! 평소 2분이면 끝날 출근 준비가 15분을 훌쩍 넘습니다. 마지막에 머플러까지 두르고 나서야 집을 나설 수 있습니다. 영하3도의 날씨에 복장은 에스키모입니다. 내일은 역시 새벽에 몰래 나서야겠습니다. 자유롭게! (2017.02.06)
우리 가게 옆 건물에 사촌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동생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사는 방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등산을 함께 가기로 했었는데 아침부터 아직까지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이 되서 가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 역시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모릅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생들 집 호수(戶數) 역시 하나도 모르겠네요. 처가 식구들 집 마찬가지입니다. 핸드폰이 보급되면서 기억이 머리로부터 폰으로 이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서 전화하면 되니까요. (2017.02.05)
지금이야 고구마가 간식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대접을 받지만 어린 시절 고구마는 추운 겨울 신물 나는 점심이었습니다. 안방 한 구석에 수수깡이나 대나무로 어리통을 만들어 거기에 고구마를 보관 하면서 겨울방학 내내 매일 물에 끓인 보리밥, 무 싱건지와 찐 고구마가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키도 넘게 있던 고구마는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었지요. 때로는 싹이 트기도하고요. 해남 물고구마, 무안 밤고구마라 했었는데........ (2017.02.04)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친구들과 주거니 받거니 마시던 술자리가 아침 여섯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때서야 집에 들어갈 일이 걱정이 됩니다. 식구들이 아지 잠자리에 있을 터 조심스럽게 잠입 거실에서 일찍 잠이 든 척 해야 합니다.. 역시나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자느라 아무도 모릅니다. 윗옷만 살짝 벗고 거실에서 한 시간여 눈을 붙이고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나 출근하네, 오늘 아침은 덜 춥네. 더 자소 잉!” 오늘의 연기는 역대 최고였습니다. 저 무사합니다. (2017.02.04)
광주에 사는 친구(광고24회)가 서울로 올라갈 수 없으니 저더러 새해인사를 대신 좀 가달라고 합니다. 인간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면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뵙고 오라는 하명을 내립니다. 친구로부터 그분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더러 보았지만 한 번도 대면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아무튼 어제 밤 마포 사무실로 가서 정중하게 친구의 새해 인사를 전해 드렸습니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아 내가 아주 예뻐하는 아우일세!” 하십니다. 서로 존경하고 예뻐하니 이 또한 不亦樂乎아라!
(2017.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