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인 딸아이를 낳고서야(2016. 12.13~2016.12.17)
세상의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특히 이벤트성 행사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끼는 후배의 가족 행사가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춰 꽃바구니 하나를 하루 전 리본 문구까지 직접 정해서 미리 주문을 했습니다. 행사 당일 시간이 되었는데도 꽃바구니기 도착을 안 했습니다. 미리 와 있어야 입장하는 가족들에게 기쁨을 안겨줬을 텐데 그 의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리본에 주인공 이름 한 자를 잘못 새겼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직접 가서 주문하고 확인하지 못한 제 탓입니다. (2016.12.17)
우리 집 사립문을 나와 만수 씨네 밭 옆길을 거쳐 동구 밖에 이르면 신작로 옆에 작은 두부 집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손을 호호 불며 사온 두부 한모에 배추김치를 썰어 넣고 이루꾸(멸치) 몇 마리를 풀어서 엄니께서는 김치찌개를 끓이십니다. 아침 밥상에 올라온 김치찌개, 배추김치 속에서 나온 청각과 멸치가 같이 떠다니던 그 김치찌개, 두부 하나라도 더 건져 볼까하고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던 그 김치찌개 맛이 그리습니다. 불행히도 요즘 어느 음식점에서도 그 맛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2016.12.17)
90년대 초반 모 국회의원 실에서 같이 일해 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크게 뜻은 없었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이모저모 훑어보고 질문을 던지더니 흡족해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을 묻습니다. 얼마라고 대답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렇게 많냐며 그 정도면 그냥 그 회사에 다니는 게 나을 거라고 합니다. 솔직한 말씀이지요. 만약 제가 그때 정치권에 발을 딛었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말 좋아하고 촐싹거리는 제가 큰 수모를 당했을...... (2016.12.15)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곧장 한강으로 나와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얼마간 걸어 여유가 생겨 앞을 찬찬히 보니 별 3 개가 계속 제 앞에서 반짝 거립니다. 더 있겠구나 싶어 고개를 뒤로 젖혀 위를 쳐다보니 이제 별 7개, 북두칠성이 눈에 선연히 들어옵니다. 반가웠습니다. 그렇다면 북두칠성 꼬리와 연결된 별 3개 중의 하나는 북극성일 것입니다. 제가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저와 함께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복입니까? 오늘 하루는 모두 제 차지입니다. (2016.12.15)
둘째인 딸아이를 낳고서야 작명권이 저에게 넘어 왔습니다. 아들이었으면 아버지께서 여전히 권한을 행사하셨을 텐데. 항렬을 중히 여기시던 아버지께서는 사실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성인 강(姜)과 항렬로 정해진 구(求)를 제외하면 가운데 딱 한 자를 지어 넣는 것입니다. 아무튼 작명권이 넘어온 딸아이의 이름을 짓는다는 일은 저에게 무척 기쁜 일이었습니다. 한편 평생을 딸아이와 함께 할 것이라 예뻐야 한다는 사명감도 앞섰고요. 25년 전의 일입니다.(2016.12.13)